‘행여 상투 잡을라’…대·대·광 아파트 분양시장 불안심리 확산


‘대대광’ 상투 잡을라.

대구·대전·광주의 아파트 공급이 기하급수로 늘어나 공급과잉 거품이 우려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아파트 분양가는 수그러들 기미가 전혀 없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이 더 멀어지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다.

외부 투기세력을 감안하더라도 지역의 아파트 청약열기가 식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14일 지자체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지난 10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광주 화정동 일대에 분양한 ‘염주 더샵 센트럴파크’의 경우 다음날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다.

총 4만3890명이 청약해 2007년 9월 인터넷 청약이 의무화된 이후 광주에서 역대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특히 전용면적 84㎡A타입의 경우 20가구 모집에 1만3585명이 청약해 무려 679.25대 1이라는 기록적 경쟁률을 보였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평당 1500만원으로 결코 낮지 않았지만 청약 열기는 예상대로 여전했다.

하지만 광주지역 아파트 시장을 장밋빛 미래로 내다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공급과잉의 후폭풍이 서서히 불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지역의 아파트 거주인구는 2015년 37만6000여 가구, 2016년 38만4000여 가구, 2017년 39만5000여 가구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신규 아파트 공급은 2017년 1만1000여 가구에서 2018년 5900여 가구로 주춤했다가 올해 1만4000여가구로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20여 곳에서 추진 중인 재개발·재건축 현황을 감안할 때 향후 3년 안에 최소한 3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 분양이 추가로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광주 주민등록상 인구는 2014년 149만3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해마다 2000명~3000명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33년이면 140만명대가 붕괴하는 등 인구감소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급과잉의 덫에 걸려들 것이라는 우려가 똬리를 트는 배경이다.

아파트 공급 폭증에 못지 않게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아파트도 크게 늘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지역의 빈 아파트는 벌써 2만7710채로 전체 아파트의 7%를 육박하고 있다.

아파트 100채 중 7채 정도가 비어 있다는 의미다.

광주지역의 신규 아파트 공급량이 적은 데 비해 20년 이상 노후 아파트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아 분양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식상하게 들린 지 오래됐다.

그 같은 부동산시장 분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이상 현상이 수년전부터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이해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아파트 공급을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 등 관공서가 건설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공급과잉의 덫’에 따른 부작용을 함께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아파트 미분양 물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아파트 신축허가를 제한하는 능동적 대처에 나서야 부동산 시장의 몰락을 예방하고 지역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친 염주 더샵 센트럴파크에 청약한 인근 화정동과 염주동 등 서구 주민 사이에서는 “시세를 감안해 아파트를 내놓았지만 도무지 팔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화정 현대힐스테이트 입주자 강병수(55)씨는 “아파트 거래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해 평소 안면이 있는 공인중개사에게 매매를 의뢰했으나 두 달이 되도록 집을 보러오는 사람은 고작 1명 밖에 없었다”며 “상투를 잡은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대다수 시민들은 “고분양가에 상관없이 무조건 아파트를 사고 보자는 투기심리가 너나없이 팽배 있는 게 문제”라며 “아파트 시장 동향이 기형적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하면서도 지자체의 정책적 대응이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구와 대전 등 다른 광역단체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위 ‘대대광’의 아파트 광풍이 여전히 거세게 불고 있지만 혹시 부동산 시장이 금명간 하락패턴으로 돌아서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적잖게 확산되고 있다.

9월 들어 대구에서 처음 분양된 중산동 청라언덕역 서한포레스트 일반분양의 경우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이 최고 116대 1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 조짐을 남의 나라 얘기로 간주하는 현실이다.

고공행진 대열에 합류한 대전 역시 유성구와 서구 중구를 중심으로 치열한 분양경쟁이 예고된 상황이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대전 아파트의 중위 가격은 2억2017만원으로 부산 2억1938만원을 앞질렀다.

중위가격은 아파트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장 중간에 있는 아파트 값이다.

대전의 올해 상반기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55.96대1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13.08대 1에 불과했고 서울도 16.76대 1에 머물렀다.

광주시 관계자는 “아파트는 더 이상 안전자산이 될 수 없다는 시민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며 “인구대비 미분양 물량이 폭증할 가능성이 큰 만큼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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