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영 검사 묘소서 개혁 천명한 조국 vs 가족 펀드 5촌 조카 체포한 검찰

뉴시스.

추석 연휴 셋째 날인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상사의 폭언과 과로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김홍영 검사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은 검찰의 ‘상명하복’ 조직문화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같은 날 오전 검찰은 조 장관의 가족펀드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5촌 조카 조모(36)씨를 인천공항에서 체포했다. 조씨는 조 장관의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 1호’(블루코어)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실제 운영자라는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25일 해외로 출국한 뒤 행방이 묘연했었다.

조 장관은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부산추모공원에 방문해 김 전 검사를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은 “고인은 상사의 인격모독과 갑질, 폭언 등을 견디다 못해 죽음에 이르렀다”며 “부하 교육 차원이라고 볼 수 없는 비위 행위로 비극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또 “검찰 조직문화가 과거보다 민주화됐다고는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의 징계 내용을 보면 검찰이 아닌 바깥의 어떤 조직 등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 방식으로 가해가 이뤄졌다”며 “신임 검사 교육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징계를 받은 상사가 왜 승진을 했는지 검토해야 한다. 검사 선발, 승진, 교육에 대해 재검토하라는 것이 고인의 요청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 제도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데도 이런 비극이 발생한 것은 김 검사의 희생을 기초로 해서 전반적인 검찰 내부 문화와 제도를 바꾸라는 뜻”이라고 한 조 장관은 “연휴가 끝나면 검사 교육과 승진 문제를 살펴보고 특히 다수 평검사의 목소리를 듣고 교육과 승진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마지막으로 “추석 연휴를 맞아 법무행정의 총 책임자로서 고 김홍영 검사의 부모님을 직접 찾아뵙고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자 왔다”고 했다. 조 장관은 김 전 검사의 대학, 고향 선배지만 묘소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검사는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하던 2016년 5월 업무 스트레스와 직무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전 검사의 부모는 아들이 직속 상관인 부장검사의 폭언과 모욕에 자살로 내몰렸다며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는 검찰 조직의 ‘상명하복’ 문화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례로 꼽혔다. 법무부는 같은 해 8월 김 전 검사 등에게 2년간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대검찰청 감찰 결과를 토대로 부장검사를 해임 처분했다. 남부지검장도 검찰총장의 경고를 받았다.

법무부는 조 장관의 김 검사 묘소 참배는 장관의 공식 일정이 아닌 개인 일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선 조 장관의 이 같은 행보는 검찰의 조직문화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검찰은 조 장관의 가족펀드 의혹의 핵심인물인 5촌 조카를 인천공항에서 체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촌 조카 조모(36)씨는 조 장관이 지난 2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사모펀드에 대해 “블라인드 형태로 어디에 투자됐는지 잘 알지 못한다”며 “하루 빨리 귀국해 수사에 협조하길 강력하게 바란다”고 말했던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14일 새벽 귀국한 조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인천공항에서 체포했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은 조씨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법원으로부터 미리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해 신병을 확보한 뒤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조씨가 코링크PE 이상훈 대표와 함께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지난달 25일 사모펀드 의혹이 불거지자 해외로 출국했다. 당초 필리핀에 있던 것으로 알려진 조씨는 최근 베트남으로 거쳐를 옮겼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행방이 묘연했다. 그러던 조씨가 돌연 귀국하게 된 것에 대해 검찰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조씨는 조 장관의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인 ‘블루코어밸류업1호’(블루코어) 운용사인 코링크PE 실제 운영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장관 부인과 두 자녀는 블루코어에 10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9억5000만원을 출자했고, 두 자녀가 각각 5000만원을 냈다.

이후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인 웰스씨앤티가 해당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뒤 관급공사 수주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 장관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씨가 코링크PE의 실소유주라는 주장과 함께 해당 펀드가 사실상 조국 장관의 ‘가족펀드’라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대해 조 장관 측은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후 공직자윤리법상 직접투자에 제한이 생김에 따라 조카에게 권유받은 블루코어 펀드에 투자했을 뿐, 투자처나 투자 전략 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해명해왔다.

조 장관은 지난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에 대해 “애초에 잘 몰랐다. 일절 관여한 바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밝히며 “검찰 수사를 통해 남은 의혹이 확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 장관은 “5촌 조카인 조모씨를 통해 투자했다”며 관련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제사 등 1년에 1~2번 보는 정도로 집안에서 주식 관련 전문가가 그 친구 1명”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가지고 있던 개별 주식을 제 처가 팔아서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5촌 조카에게 물어봤더니 ‘자기가 아주 친한 사람이 이것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해줬다”고 한 조 장관은 “그렇게 펀드에 넣었지만 그 펀드가 어디에 투자를 하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수 없었다. 어디에 투자되는지 알려주지 않도록 설계된 블라인드 펀드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조 장관은 “조카가 해외로 출국한 사실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면서 “실제 5촌 조카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하루 빨리 귀국해 수사에 협조해주길 나로서는 바랄 뿐”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조씨가 최근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주변인들과 입을 맞추려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녹취록엔 조씨가 최 대표에게 “이건 같이 죽은 케이스다. 정말 조 후보자가 같이 낙마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웰스씨엔티 최 대표도 지난 11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사모펀드 운용사 경영을 좌지우지한 조씨가 귀국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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