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의자들이 수사와 재판 관련 지식을 공유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달 ‘반성문·탄원서, 이렇게 해보세요’라는 제목의 공지가 올라왔다. 작성자는 “가장 강력한 양형자료는 반성문”이라며 잘 쓰면 감형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성하는 태도로 선처를 끌어냈다는 판결문·불기소결정서와 예시가 되는 반성문을 공개하며 “다른 이들이 써놓은 것을 참고해 짜깁기라도 해야 한다”고 권하기도 했다.

감형과 선처만을 목적으로 하는 ‘면피용 반성문’이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다. 심금을 울리는 반성문을 유려하게 써준다는 대필 업체가 성행하고, 주제·상황별로 작성된 반성문을 유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사이트도 운영된다. 수사기관과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해 형량과 벌금을 줄이기 위한 피의자나 피고인들이 주로 찾는다.

한 반성문 전문 대필 사이트는 “반성문은 재판과 양형에 20% 정도 영향을 끼친다. 나머지 80%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다”며 중요함을 과장했다. “반성문을 대필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문장이 약하거나 상황이 어려우면 전문인의 도움을 받으라”고 적극적인 홍보도 덧붙였다.

사건별 상황과 형사 절차 단계에 알맞은 반성문을 유료로 제공하는 사이트도 있다. ‘아동청소년 성매수 사건, 검찰 제출, 법무사 시험 준비 중이며 가정 형편을 피력해 선처를 구함’ ‘지하철 추행 사건, 경찰 제출, 선처를 구함’과 같이 맞춤형 반성문들이 여럿 올라와 있다. 가격은 1000원에서 5만원까지 양과 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가해자들이 이처럼 반성문에 목매는 이유는 반성 여부가 양형 기준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대다수 주요 범죄의 감경 요소로 ‘진지한 반성’을 꼽고 있다. 반대로 ‘반성 없음’은 형의 가중 요소에 해당한다.

하지만 무성의한 반성문은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신림동 강간 미수 영상’ 사건의 피의자 조모(30)씨는 첫 정식 재판 전 6차례의 반성문을 법원에 제출했지만, 오히려 판사에게 추상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재판부는 “조씨가 지난번에 낸 반성문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으로 써서 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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