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친중·반중 시위대가 난투극을 벌이는 모습.EPA연합뉴스

반송환법 시위 15주째를 맞은 홍콩에서 친중 시위대와 반중 시위대 사이에 집단 난투극이 벌어져 25명이 병원에 실려갔다. 홍콩 시민들은 명절인 추석에도 시위를 이어갔다. 다만 시위대와 경찰은 큰 충돌을 피해 오랜만에 최루탄과 화염병이 등장하지 않았다.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은 사법부가 체포된 시위대의 보석결정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친중파의 비판에 대해 “사법부 독립은 홍콩의 핵심 가치”라며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4일 홍콩 시내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친중파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난투극이 벌어졌다. 홍콩 시위대는 틴수이와이와 센트럴, 항하우역 부근에서 시위를 벌이다 친중국 시위대와 마찰을 빚었으며, 시위대 지지 메시지와 반중 구호가 붙여진 ‘레논벽’에서도 충돌이 발생했다.

카오룽의 아모이 플라자 쇼핑센터에서는 친중국 시위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흔들고,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크게 부르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거리를 지나면서 근처 레논벽 두곳에 붙어있는 메시지를 훼손했다.

이에 반중 시위대가 몰려들어 저항 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른 ‘홍콩에 영광을(Glory to Hong Kong)’ 노래를 부르며 항의하면서 양측의 주먹다짐이 시작됐다. 친중 시위대는 국기봉으로 반중 시위대를 폭행했고, 반중 시위대는 우산으로 맞서며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양측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쇼핑몰 안에 있던 젊은 시위대 몇 명을 연행해 시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라이온 록에 올라 불 비추는 시위대.scmp홈페이지

홍콩 시민들은 추석인 중추절(中秋節)에도 시위를 이어갔다. 시민들은 13일 밤 도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유명 관광지인 빅토리아 피크와 라이온 록에 올라 서로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들었다. 이어 전등과 레이저 포인터를 비추며 ‘홍콩에 영광을’ 노래를 부르고,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등 정치적 구호도 외쳤다.

이들은 낮에도 센트럴의 차터가든 공원 등에 수백명씩 모여 플래시몹 형태의 짧은 시위를 벌이고 해산하기도 했다. 전날에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IFC몰, 타임스스퀘어 등 도심 쇼핑몰 여러 곳에 모여 노래를 부르는 시위를 벌였다.

홍콩의 민주 진영의 연대체인 민간인권전선은 일요일인 15일 홍콩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와 행진을 하기로 했다. 경찰은 폭력 사태 우려 등을 이유로 들어 이를 불허해 또다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우려된다.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연합뉴스

캐리람 행정장관은 중국 본토와 친중파 사이에서 홍콩 사법부가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체포된 시위대의 보석 결정에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비판하자 사법부를 홍호하며 비판 자제를 당부했다.

캐리 람 장관은 “법치와 사법독립은 홍콩의 핵심 가치로서 모두가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누구도 법관과 법원에 압력을 가하거나, 인신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콩변호사협회는 “사법부나 그 구성원들에 대한 공격을 개탄한다”고 비판했고, 홍콩율사회는 “사법부의 판단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이뤄진다는 근거 없는 논평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본격화한 후 1300여명이 체포됐고 이 중 최소 191명이 경찰관 공격이나 폭동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164명이 보석으로 풀려났다. 홍콩 법률상 피고인의 보석 권리는 도주·재범 우려 또는 검사 측 증인 협박·매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앞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경찰이 검거하면 판사가 풀어주는식”이라고 홍콩 형사사법 시스템을 비판했다. 친중 단체인 ‘디펜드 홍콩 캠페인’ 소속 약 100명은 지난 12일 집회를 열고 법관들의 보석 결정에 대해 항의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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