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여자근로정신대’(정신대) 출신인 90대 일본인 할머니가 자국의 혐한세력 및 역사수정주의자들을 향해 “일본은 가해책임을 마주하라”고 일갈했다. 그는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전쟁 개전 당시만 해도 “만세”를 외치며 반겼지만 전쟁의 참혹함과 일제의 만행을 목격하면서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게 됐다.

일본 도쿄신문은 15일 정신대 출신으로 이바라키현 미토시에 거주하는 다카나베 아이(91)씨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다카나베씨는 17세가 되던 1944년 정신대에 입대했다. 정신대는 일제가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년 8월23일 ‘여자정신근로령’을 공포·시행하면서 만들어진 부대로, 전쟁으로 인한 징용·징용 등으로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지자 배우자가 없는 만 12~40세 여성을 동원한 것이다.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에 있는 사가미 육군의 무기제조 공장에 배치된 다카나베씨는 그해 겨울 그곳에서 수십명의 조선인이 징용공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조선인들은) 별도 건물에서 일했다”며 “감독하는 군인에게 야단맞고 일상적인 구타를 당했다”고 말했다.

멸시와 조롱은 일본군뿐만이 아니었다. 다카나베씨는 다른 일본인 직공들도 조선인 징용공을 향해 “조센야로(조선놈)”이라고 불렀다고 회상했다. 그는 “말을 나눌 기회는 없었지만 한밤중까지 묵묵히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도 덧붙였다.

다카나베씨는 1941년 12월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했을 때만 해도 일제의 아시아 침략을 ‘대동아공영권’ 만들기라고 믿으며 “만세”를 외쳤다고 했다. 하지만 전쟁 중 일제의 만행을 목격해야 했던 그는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가해의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해 이웃 나라와 대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일본 사회의 혐한 분위기에서 대해서도 태평양전쟁 말기로 돌아간 듯한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왕의 사죄를 촉구한 것도 수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카나베씨는 “우리나 조선인은 당시 황민화 교육을 받았다”며 “덴노(일왕)의 이름으로 징용된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정권은 ‘징용공’도 ‘노동자’라고 바꿔 부르며 등 과거의 가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지난 2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전 일왕을 전쟁 범죄 주범의 아들이라고 칭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곧 퇴위하는 일왕의 한마디면 된다. 고령인 ‘위안부’의 손을 잡고 진정으로 미안했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까지 나서 반발하며 사과와 발언 철회를 촉구했다.

다카나베씨는 당시 조병창에서 징용공들이 ‘아리랑’을 즐겨 불렀다고도 말했다. 그는 애절한 가락에 자신도 끌려 조선어 가사를 함께 읊조렸다고 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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