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 메트로 건설 현장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 관계사의 해외 건설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동 지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 나서는 동시에 명절 기간에도 일하는 임직원들을 직접 챙겨 대내외적 위기를 함께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건설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추석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고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는 여러분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중동은 탈석유 프로젝트를 추구하면서 21세기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여러분이 흘리는 땀방울은 지금 이 새로운 기회를 내일의 소중한 결실로 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설 명절 기간에도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2기 라인 공사 현장을 방문해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쉬지 않고 업무에 매진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국정농단’ 사태 관련 대법원 파기환송 선고 이후 다시 고등법원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난 11일 삼성의 미래 기술 연구개발(R&D) 허브인 삼성리서치를 찾아 기술혁신을 강조하는 등 흔들림 없이 현장경영을 이어가며 위기 돌파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재계는 풀이하고 있다. 삼성은 글로벌 업황 부진,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리더십 공백 우려 등 대내외적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사우디 방문은 스마트시티 등 중동 지역 건설 사업을 챙기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우디는 막대한 오일머니를 이용해 첨단산업 국가를 건설하고 싶어 하지만 관련 기술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삼성이 미래 성장 산업 분야에서의 중동 지역에 사업 기회가 많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모함메드 빈 살만 왕세자 겸 부총리를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으로 초청해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사우디 측의 요청으로 가진 이 자리에서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에 대한 투자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부회장이 국내 기업의 사업 기회 모색 등 ‘세일즈 외교’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또 이 부회장의 이번 방문은 ‘삼성 총수’로서 비(非)전자 계열사도 아우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을 관할하는 ‘EPC 경쟁력 강화 TF’를 운영 중이다.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는 도심 전역에 지하철 6개 노선, 총 168km를 건설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광역 대중교통 사업으로, 지난 2013년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전 국왕의 왕명에 의해 시작됐다. 삼성물산은 FCC(스페인), Alstom(프랑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6개 노선 중 3개 노선의 시공을 맡고 있으며, 내년 준공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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