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을 끌어온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결국 백지화됐다. 수십년간 극심한 찬반 논란에 ‘국정농단’ 최순실씨 개입 의혹까지 불거진 이 사업에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16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부동의 결정은 사업 백지화를 의미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원주환경청의 부동의 발표 직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수십년간 지속돼온 찬반 논쟁을 매듭지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운영으로 인한 환경 훼손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부동의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가 오색케이블카 사업 백지화를 결정한 데는 이 사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보다는 파괴·훼손될 환경·생태적 가치가 더욱 막대하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환경부는 이 사업이 산양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번식에 장애가 될 뿐 아니라 백두대간의 핵심구역인 설악산 지형을 지나치게 변화시키고 설악산의 생태·경관적 가치를 훼손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설악산은 산양, 하늘다람쥐, 담비, 무산쇠족제비,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13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 사업은 37년이나 잡음에 시달렸다. 시작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원도는 설악산에 권금성 케이블카를 잇는 제2의 케이블카 노선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환경 훼손을 이유로 불허했다.

이후 이 사업을 재추진하려는 시도가 30여년간 간헐적으로 반복됐지만 원점에서 맴돌았다. 그런데 2014년 10월 30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강원도 평창군을 찾아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도 조기에 추진이 됐으면 한다”고 발언한 이후 정부 태도가 180도로 바뀌었다. 환경부는 곧바로 “환경친화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양양군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케이블카 설치안이 신속히 국립공원관리위 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발벗고 나섰다. 이어 2015년 8월 국립공원위원회가 이 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런 정부의 움직임에 일각에선 당시 ‘비선 실세’로 꼽히던 최씨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변에 많은 땅을 가지고 있던 최씨가 설악산 개발로 이득을 보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 파괴를 우려한 환경·시민단체의 반발과 잇단 소송으로 사업은 진척을 보지 못했고, 2016년 11월 원주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서 보완 요청 후 2년6개월간 각종 환경협의와 행정절차가 중지됐다.

환경·시민단체는 환경부 결정을 반겼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 및 강원행동,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국정농단 세력에 휘둘렸던 국립공원위원회의 지난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합리적이고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강원도는 “도민의 오랜 염원을 좌절시키는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앞으로 양양군과 함께 행정심판이나 소송 등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

환경부는 대안 사업을 발굴·지원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관계부처와 강원도, 양양군 등과 함께 이 사업으로 인한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지역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