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그간 자신에게 비판적 논조를 고수해온 워싱턴포스트(WP)가 자기 진영에 긍정적인 내용의 기사를 썼다고 소개한 뒤 “가짜뉴스가 아니다”며 크게 반색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가 같은날 자신이 임명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의 또다른 성폭력 의혹을 추가 제기하자 ‘가짜뉴스’라며 맹비난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자기 진영을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기사를 가짜뉴스로 낙인 찍어 콘크리트 지지자들의 집중 공격을 유도하는 트럼프식 언론 길들이기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낙인을 통한 여론 조성 수준을 넘어 열혈 지지자들이 동원된 실질적 공격이 이어지면서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WP가 (내게) 긍정적인 내용의 1면 기사를 썼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지난 14일 WP의 1면 기사를 소개했다. 내년 미 대선을 준비하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조적 행보를 조명한 보도였다. 공화당은 트럼트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해 대선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민주당은 ‘트럼프 대항마’를 뽑기 위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이념과 전술상의 이견으로 분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이어 올린 트윗 글에서 WP가 오피니언면에 ‘지난 12일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의 승자는 민주당 인사가 아닌 트럼프’라는 내용의 칼럼을 실은 일도 함께 소개하며 “진실이다. 도대체 WP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겼다.

하지만 NYT가 캐버노 대법관이 예일대 1학년이었던 시절 기숙사 파티에서 바지를 내리고 한 여학생에게 자신의 성기를 들이밀었다는 내용의 성폭력 의혹을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지어낸 이야기들”이라며 적극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트위터를 통해 “급진좌파 민주당과 그들의 파트너인 구식 매체들이 또다시 캐버노를 쫓으며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탄핵’을 운운하고 있다”며 “그들은 결백한 캐버노를 겁줘서 리버럴(민주당)로 만들길 원한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오후에도 트위터에 “가짜뉴스와 부패한 뉴스가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며 “캐배노를 지어낸 이야기, 거짓말로 점철된 급진좌파들의 탄핵 위협의 먹이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지자들의 결집을 유도하며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이다.

캐버노 대법관은 지난해 인준 청문회 당시 집단 성폭행 의혹 등 최소 5건 이상의 성추문에 휩싸여 가까스로 미 상원 인준 문턱을 넘은 인물이다. 민주당은 탄핵을 요구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자기 진영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적극 보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편 가르기와 언론 공격의 배경에는 콘크리트 지지층의 맹목적인 지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스캔들에 휩쓸려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데, 여론조사상 40% 안팎의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맹목적 지지자들은 직접 행동에 나서 NYT와 WP 등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에서 일하는 기자와 임원들의 비리나 정치 성향을 조사하겠다며 기부금을 모집해 200만달러(약 24억원)을 모으기도 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지지 그룹들은 반대 언론사 기자와 편집자들에게 유해한 정보를 ‘브레이트바트’ 등의 친정부적 극우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이들을 공격한다고 전했다. 실제 브레이트바트는 NYT 정치부장의 10년전 트위터에서 반(反)유대적이며, 인종차별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포스팅을 찾아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380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그의 최측근 정치 컨설턴트 아서 슈워츠가 트위터에 보도를 공유하면서 삽시간에 보수층 유권자들에게로 해당 정보가 퍼져나갔다. 무분별한 신상털기를 만연하게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미국 사회에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