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에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추석 전까지 당 지지율이 10%가 안 되면 사퇴하겠다던 과거 약속을 번복하면서 손 대표 퇴진을 주장해왔던 비당권파 의원들의 반발 수위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당헌·당규상 자진사퇴 외에는 손 대표의 사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도가 없지만 ‘우군’으로 여겨졌던 호남계 의원들의 의중도 사퇴 쪽으로 기우는 형국이라 당권파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책회의는 손 대표 사퇴 촉구장을 방불케 했다. 비당권파 의원들은 일제히 손 대표의 사퇴 약속을 거론하며 퇴진을 압박했다. 비당권파로 안철수계로 꼽히는 김수민 의원은 “당의 위기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다. 손 대표가 약속한 대로 현명하게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승민계인 유의동·이혜훈·지상욱 의원도 “그만 내려오시라”,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는 조국과 손 대표가 다를 게 없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바른정당 출신이지만 말을 아껴온 정병국 의원도 앞서 손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퇴진 대열에 합류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운데)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정서상 손학규계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온 호남계 의원들도 손 대표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원들은 손 대표에게 사퇴해야 한다는 뜻을 에둘러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호남계 의원들이 손 대표 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자는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현재 명확하게 당권파로 분류되는 인사는 당 사무총장인 임재훈 의원과 최고위원인 채이배 의원, 이찬열 의원 등 3명뿐이다.

좁아진 손 대표의 당내 입지는 대안정치연대의 부진, 무당파의 급격한 증가라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3지대 신당론에 불을 지폈던 대안정치연대의 파급력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유승민-안철수’ 중심의 신당에 보다 무게가 실리게 됐다. 안철수 전 의원의 귀국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편안도 바른미래당 중심의 3지대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조국 퇴진 운동’으로 부쩍 한국당과 가까워진 모습을 보인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한국당과의 합당은 없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당과의 합당은 현시점에서 없다”며 “묻지마 보수 대통합도 바람직하지 않다. 바른미래당 중심의 개혁적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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