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제주에서 일어난 ‘전기톱 상해 사건’ 피해자 가족이 올린 국민청원 글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끌어냈다. 피해자 측은 사건 발생 직후 쏟아진 언론 보도 일부를 바로잡으며 당시 상황을 다시 설명했다.

자신을 피해자의 누나라고 주장한 A씨는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도 전기톱 사건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뉴스에서는 주차 시비로 싸움이 발생했다고 했는데, 주된 이유는 산소 문제였다”며 그 경위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A씨가 주장한 사건 당시 상황은 이렇다. 피해자인 남동생 B씨와 가족들은 지난달 25일 오후 벌초를 하기 위해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고조할머니 산소를 찾았다. 이때 동행한 사람은 A씨 남매의 부모님과 B씨의 10대 아들·딸 등 총 5명이었다.

A씨 글에 따르면 산소는 60년 이상 한 자리에 있었으며, 3년 전쯤 가해자 C씨의 딸이 혼자 이 산소 옆으로 이사 왔다. 이후 지난해 C씨를 포함한 다른 가족들이 이주해 함께 살았다. A씨는 “분명 우리가 1년 전 벌초하는 걸 본 사람들이 최근 면사무소에 ‘무연고 산소 신고’를 했다더라”며 “심지어 주변 나무들을 잘라서 산소가 보이지 않게 덮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날 불거진 싸움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A씨는 강조했다. 산소가 나무로 덮인 것을 본 A씨 아버지가 “이렇게 해두면 어떡하느냐”고 했고, 이에 C씨 가족이 적반하장으로 반응해 실랑이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C씨가 집 앞에 주차된 피해자 가족 차를 지적하며 화를 냈고 차 안에 있던 B씨 아들에게 욕을 퍼부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

이어 “어느 누가 자기 아들에게 욕하는 사람을 가만히 볼 수 있겠느냐”며 “남동생이 ‘왜 반말을 하냐’ ‘왜 애한테 욕을 하냐’는 식으로 몇 마디 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C씨가 ‘이것 봐라’라며 집으로 가더니 곧 상의를 벗은 채 손에는 켜진 전기톱을 들고 나왔다”며 “동생은 그 전기톱을 본인에게 들고 온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C씨의 공격을 예상했다면 180㎝ 키에 90㎏ 체중을 가진 건장한 체격의 B씨가 바라보고만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순식간에 남동생 다리 쪽으로 켜진 전기톱 날을 댔다”며 “쓰러진 아빠를 본 아들이 달려가 옷을 벗어 지혈했는데, 당시 가해자를 보니 웃고 있었다더라. 이후에도 전기톱으로 쓰러진 동생을 해하려고 달려드는 것을 가해자 부인이 잡았다”고 썼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A씨는 이 모든 과정을 바라본 부모님과 피해자 자녀들이 받은 충격을 호소하며 사건 발생 직후 B씨의 치료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신경과 근육들이 다 끊어져서 미세 접합 전문병원이 있는 서울로 이송하려 했으나 출혈이 심해 응급수술 5시간을 받아야 했다”며 “남동생은 과다 출혈 때문에 의식이 없어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응급실에서의 모습은 처참했다. 바닥은 남동생이 흘리는 피로 흥건했다”며 “오른쪽 다리 좌골 신경과 근육을 모두 절단해 걸을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피해자 가족이 억울함을 호소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A씨는 이번 사건을 ‘특수상해’로 규정한 검찰의 판단을 비판했다. 그는 “경찰에서는 가해자가 남동생을 죽일 것처럼 전기톱을 들어 올리는 블랙박스 영상이 있으니 살인미수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했었다”며 “그런데 검찰은 겁만 주려고 했다는 가해자 진술을 이유로 특수상해라고 결정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관계자에게 직접 항의하며 나눴던 대화를 공개했다. A씨는 “검찰 측은 나를 억지스러운 사람, 법을 모르는 무식한 사람처럼 대했다”며 “할 말 있으면 전화하지 말고 서면으로 하라더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귀포경찰은 C씨가 자유롭게 다루는 전기톱을 B씨에게 휘두름으로써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중상을 입힌 정황 등을 살펴 살인미수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제주지방검찰청은 두 사람이 사건 당일 처음 만났고, 다툼의 구체적 경위와 C씨가 전기톱을 단 한 번 휘두른 점을 고려해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A씨는 “가해자에게 엄격한 처벌이 내려져야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덜어진다”며 “여러분이라면 켜진 전기톱으로 하는 공격이 단순 특수상해라고 생각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가해자가 살인미수로 처벌받게 해 달라”며 C씨의 엄벌을 촉구했다. 이 청원은 17일 오후 4시50분 기준 10만57명이 동참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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