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스테파노 라바리니(왼쪽) 감독과 러시아의 세르지오 부사토 감독. 모두 이탈리아 국적의 지도자다. 국제배구연맹(FIVB) 홈페이지, 러시아 스포르트 24 캡처

‘라바리니호’가 한일전 승리에 이어 거함 러시아를 잡고 상승세를 이어갈까. 한 달 간격의 한일전에서 ‘잠실 대참사’를 ‘요코하마 대첩’으로 돌려준 한국 여자배구가 이번에는 악연을 쌓은 러시아를 상대로 또 한 번의 설욕전을 펼친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세계 랭킹 9위)은 18일 낮 12시30분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9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 4차전에서 러시아(5위)와 대결한다. 앞서 중국(2위)과 도미니카공화국(10위)에 모두 져 연패의 늪에 빠졌던 한국은 전날 일본과의 3차전에서 첫 승을 신고하고 뒤늦은 반격을 시작했다. 러시아까지 잡으면 중간 전적 2승 2패를 기록하게 돼 중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한국은 현재 12개 출전국 중 9위다.

러시아는 세계 배구에서 대세를 타고 있는 속도전을 앞세워 급성장을 이룬 동유럽의 강자다. 중국(2위)을 제외하면 힘과 높이에서 러시아와 필적할 아시아 팀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번 대회에서는 2승 1패로 4위에 있다.

러시아는 최근 한국과 유독 많은 악연을 쌓았다. 지난 6월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레프트 이재영과 센터 양효진을 빼고 ‘주포’ 김연경만 앞세워 러시아를 상대한 한국은 세트스코어 1대 3의 완패를 당했다.

이재영·양효진을 모두 불러 지난달 5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직행권을 걸고 싸운 세계 예선 E조 3차전에서는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던 경기를 추월당해 2대 3으로 역전패했다. 당시 수석코치였던 세르지오 부사토(이탈리아) 감독은 두 손가락으로 눈가를 가늘게 찢는 인종차별 세리머니로 논란을 일으켰다. 러시아배구협회와 부사토 감독은 대한민국배구협회의 항의를 받고 뒤늦게 사과했지만, 한국 팬들의 공분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라바리니호에 이번 러시아전은 여러 악연을 되갚을 설욕전이 됐다. 세터 이다영과 레프트 박정아가 합류한 대표팀의 전력은 대폭 상승했고, 한일전에서 이재영의 공격력과 센터 김수진의 방어력이 살아난 만큼 충분한 승산을 갖고 이번 러시아전을 임할 수 있게 됐다.

과제는 남았다. 20점을 먼저 선취한 뒤부터 집중력 하락으로 역전의 빌미를 제공하는 ‘뒷심 부족’은 라바리니호의 여전한 약점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에 올림픽 본선 직행권을 빼앗긴 세계 예선에서 한국은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 3세트를 22-18로 앞선 상황에서 역전을 허용했다. 그 대가로 한국은 본선 진출의 마지막 기회인 내년 1월 아시아 예선으로 밀려났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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