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46)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가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병과 관련, 국가 재난 상황을 선포하고 발병 농장에서 반경 수십 킬로 내의 돼지는 전부 폐사시키는 등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17일 페이스북에 ‘국가적 재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동유럽은 돼지열병으로 양돈산업이 완전히 초토화되었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이 병이 돌았을 때 회복하는 데까지 무려 36년이 걸렸다”면서 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국내산 삼겹살을 먹는 것은 어쩌면 30년 후가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문 교수는 또 돼지열병 방역에 실패하면 그 피해는 양돈업에 그치지 않고 사료산업, 식품산업, 외식업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자체 산업 규모 8조, 연관 산업까지 합치자면 그 규모가 수십조가 넘어가는 양돈산업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도 돼지열병이 발병한 상태라서 돼지고기 수입도 장담할 수 없다.

그는 “국가적 재난이 시작됐다”면서 “국가재난 상황을 선포하고 과감히 밀어 붙혀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눈앞에서 한 산업이 붕괴하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가장 큰 매개체는 멧돼지다. 멧돼지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 “잔반사료 급이를 금지해야 한다” “이번에 발병한 파주 농장에서 반경 수십 킬로 내의 돼지는 전수 폐사시켜야 한다” “최근 한달여간 파주의 해당 농장을 들어갔다가 나온 차량들이 한 번이라도 들어갔던 농장들은 무조건 한달 동안 폐쇄하거나 해당 농장의 돼지를 다 폐사시켜야 한다” 등 과감한 초동 대응을 주문했다.

다음은 문 교수가 페북에 올린 글(전문)이다.

<국가적 재난: 아프리카 돼지 열병>

아프리카 돼지 열병은 확산 속도가 빠르고 치사율이 100%다. 약도 없다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 동유럽은 이 돼지 열병으로 양돈 산업이 완전히 초토화 되었고 과연 이게 복구가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심각하다. 예전에 스페인, 포르투갈에 이 병이 돌았을 때, 회복하는데 까지 무려 36년이 걸렸다. 치명적이다. 만약 우리가 초동대응을 잘못해서 돼지 열병이 전국적으로 확산이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자, 우리나라에서 돼지 산업의 잠깐 살펴보자. 양돈업은 생산액 기준으로 2016년부터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식품산업이다. 신선식품, 가공식품, 음료, 주류 다 포함해서 가장 크다. 무려 8조에 육박한다. 그러나 이 8조는 단지 돼지를 생산하는 축산업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고, 축산업, 특히 양돈업에 크게 기대어 있는 산업이 여러개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료산업인데 양돈산업이 무너지면 사료산업도 함께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외식문화는 신선한 냉장육을 두툼하게 썰어서 불판 위에 바로 구워 먹는 문화인데.. 이 병이 확산되면 공급이 달리게 되어 팔 고기가 없게 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한국인이 가장 자주 먹는 돼지고기 음식은 삼겹살 구이가 아니라 돈까스다. 이 쪽도 외식업체도 위기에 빠지게 된다. 외식산업의 붕괴... 서민 경제의 붕괴로 이어진다. 두렵지 않은가? 현재 수입육은 대부분 냉동육이다(그래서 싸다). 우리가 대패 삼겹살로 먹는 것이 바로 이 수입 냉동육인데 국내산 신선 냉장육과는 그 품질을 비교할 수가 없다. 그러면 국내 생산량이 줄면 신선 냉장육을 외국에서 수입하면 되지 않느냐.. 가능은하다. 그런데 여기에 또다른 변수가 있는데,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전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을 먹어치운다.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서 갈수록 더 먹는다. 그런데 중국은 이미 이 돼지 열병이 터졌다. 들리는 소문에 몇 개월 전에 중국이 보유한 어미 돼지의 1/3이 이미 죽었으며, 앞으로 이 병으로 더 많이 죽을 것으로 보인다. 모돈의 폐사는 결국 생산량의 급감을 의미한다. 올해 중국이 해외에서 수입해야하는 돼지고기 부족분만 무려 1,000만톤이다. 내년이면 더 많이 수입해야한다. 전 세계의 돼지고기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되겠는가? 현재 국내 돼지고기 생산량은 고작 95만톤이고 수입량은 45만톤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있는 돼지고기의 양이 앞으로 늘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지금보다 질이 좋지 않은 고기를 거의 소고기 값을 내고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서민의 음식 삼겹살 구이, 돈까스.. 사라진다. 소고기 가격을 내면서 어떻게 삼겹살과 돈까스를 먹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소고기로 넘어가고 닭고기로 넘어가게 된다. 오늘 당장 하림의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국가적 재난이 시작되었다. 자체 산업 규모 8조, 연관 산업까지 합치자면 그 규모가 수십조가 넘어가는 양돈산업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초반에 이 열병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이미 이 열병으로 큰 타격을 받은 국가들이 있고 어떻게 해야 이 확산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솔루션들이 나와 있다.

첫 째, 가장 큰 매개체는 멧돼지다. 멧돼지가 숙주가 되어 이 바이러스가 옮겨진다. 멧돼지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

둘 째, 이 열병으로 무려 36년간 고통받은 포르투갈, 스페인, 조지아 같은 나라들은 돼지에게 잔반사료를 먹이다가 발병했다. 잔반 내에 바이러스가 있었던 것이다. 잔반사료 급이를 금지해야 한다.

셋 째, 이번에 발병한 파주 농장에서 반경 수십 키로 내의 돼지는 안타깝지만 전수 폐사시켜야 한다.

넷 째, 사료 차량, 분변 차량이 주요 매개체다. 최근 한달여간 파주의 해당 농장을 들어갔다가 나온 이 차량들이 한번이라도 들어갔던 농장들은 무조건 한달 동안 폐쇄하거나 해당 농장의 돼지를 다 폐사시켜야 한다.

다섯 째, 돼지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을 낮추지 않으면 이 문제는 또 언제든 터질 수 있다. 양돈 농가 내 인력수급에 관련한 대책이 정책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여섯 째, 공항 및 항만 내 검역 수준을 철저히 끌어 올려 그 어떤 돼지고기 가공품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지독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국가 재난 상황을 선포하고 과감히 밀어 붙혀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초동 진압을 확실하게 하지 못하면, 눈앞에서 한 산업이 붕괴하는 것을 보게 될지도. 현재 농식품부를 위시한 방역당국이 나름 발빠르게 움직이고는 있으나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과감하게 범위를 늘여서 살처분하지 않으면 안된다. 노력을 더 하면 더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더 해도 0.0001이 열리면 실패하는 게 방역이다. 완전히, 확실히 차단해야 한다. 방법이 없다.

잘못되면... 신선한 국내산 삼겹살을 두툼하게 썰어서 먹는 것은 어쩌면 30년 후가 될지도. 무조건 막아야 합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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