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방송국의 개표방송.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베니 간츠가 이끄는 청백당에 다소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 연합뉴스

올해에만 두 번째인 이스라엘 조기총선 출구조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진영이 중도 진영에 뒤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로써 13년 넘는 최장기 재임 기록을 가진 네타냐후 총리의 실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18일(현지시간) AP 등이 전했다.

17일 오후 10시쯤 투표 종료에 맞춰 발표된 3대 TV 방송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베니 간츠가 이끄는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이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을 약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청백당이 전체 120석 가운데 각각 32∼35석, 리쿠드당이 30~33석을 각각 차지할 전망이다.

전체 120개 의석 중 과반(61석) 의석을 확보해야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만큼 두 정당 모두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다른 정당과 연합을 통해 연정 구성에 나서야한다. 두 정당의 뒤를 이어 아랍계 정당인 ‘공동명부’(Joint List)가 13석,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전 국방장관의 세속 강경우파 정당 ‘이스라엘은 우리 집’은 8~9석, 초정통파 정당인 샤스와 토라 유다이즘이 각각 8~9석, 우파 정당 야미나는 7석, 좌파 노동-게셔당은 6석, 민주연대는 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이 끝나면 이스라엘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과 협의해 연정 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수를 후보로 지명하고 연정 구성권을 준다. 총리 후보가 지명되고 42일 안에 연정을 출범시키면 총리직에 오르지만,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대통령이 다른 정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해야 한다. 지난 4월 조기총선에서 리쿠드당과 청백당은 나란히 35석씩 기록했지만 우파 진영이 중도 진영에 신승을 거두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됐었다. 하지만 리베르만이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들의 병역 의무를 주장하며 네타냐후 연립내각의 참여를 거부하면서 연정 협상이 결렬됐다. 리베르만은 초정통파 신자가 유대학교에 재학하는 경우 병역을 면제해주는 이스라엘 법률을 위헌이라고 지적하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초정통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5개월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도 리베르만이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아랍계 정당은 유대계 정당들의 반대로 연정에서 배제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 존재감을 키운 공동명부는 아랍계 유권자들에게 연대를 호소하며 팔레스타인 또는 아랍 강경 발언을 피해온 간츠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연정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간츠는 리쿠드당과도 연정 협상을 할 수 있지마 부패 혐의를 받는 네타냐후 총리가 지휘봉을 잡으면 리쿠드당과는 협력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리쿠드당은 대안을 찾지 못할 경우 간츠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를 찾을 수도 있다. AP는 “간츠가 총리가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10년 이상 이스라엘을 이끌어온 네타냐후 총리가 그 자리를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팔레스타인과 분쟁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병합하겠다고 밝히는 등 보수파 결집에 사활을 걸었다. 그는 팔레스타인과 아랍국가와 공존보다는 유대 민족주의를 내세워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1996~1999년, 2009~2019년)가 됐다. 하지만 최근 네타냐후 총리의 대아랍 강경 발언은 오히려 아랍계 이스라엘인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냈으며 중도층에게는 그에 대한 피로감을 안겨줬다. 만약 간츠가 총리가 되고 공동명부가 연정에 참여하면 이스라엘의 대외정책은 네타냐후 총리 시절과 달리 온건해질 가능성이 크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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