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는 2022년까지 ‘정년 연장’ 여부 논의
일본 도입한 ‘고령자 고용안전법’ 벤치마킹
기업에 60세 이상 고용 연장 의무 부과한 후
①재고용 ②정년 연장 ③정년 폐지 선택 유도

정부가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계속고용제도’를 꺼냈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급감이 예상되자 대응카드로 내밀었다.

계속고용제도는 기업에 근로자가 만 60세에 도달한 이후 고용 연장의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의 선택지를 준다. 이미 일본이 도입한 제도로 자연스럽게 정년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한국처럼 연공서열제도가 강한 일본에서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재고용을 택한 기업은 기존 고용을 해지하고 임금 수준을 낮춰 새로운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다만 고용 유연성 등을 고려할 때 당장 계속고용제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는 2022년까지 도입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과 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정년 연장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정년을 연장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정년을 당장 연장하겠다는 건 아니다. 60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데 23년이 걸렸기 때문에 학계를 중심으로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다. 2016~2017년 단계적으로 도입돼 ‘60세 정년’이 노동시장에 적용된지 아직 3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가 정년 연장을 다시 검토하는 건 급속한 고령화 때문이다. 퇴직연령(60세)과 공적연금 수급연령(65세)이 달라 고령층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그러나 정년 연장에는 복잡다단한 문제가 섞여 있다. 한국은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서열제를 채택한 기업이 많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생산성은 떨어진다. 기업 입장에서 정년 연장은 생산성 하락을 감수하고 임금을 더 줘야 하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기업이 고용할 수 있는 총량이 정해져 있다면, 신규 채용을 막을 수도 있다. 여기에다 정년 60세조차 완전히 정착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법정 정년이 존재해도 희망퇴직 등으로 실질적인 조기 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같은 문제를 겪었던 일본을 참고했다. 일본은 10년에 걸쳐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올렸다. 이후 고령자 고용안전법을 개정했다. 법에 따라 정년이 65세 미만인 기업은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연공서열제가 기본인 일본의 기업들 중에는 재고용을 선택해 60세 이후 기존 고용을 해지하고, 근무 형태와 임금 수준에 대해 새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있었다. 기업에 고용을 연장하되 임금을 낮추는 자율권을 부여한 셈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이런 방식의 계속고용제를 도입할지 판단할 계획이다. 고용 연장에 대한 지원금도 확대한다. 이와 함께 인구 감소에 대비해 외국 인력 활용, 병력자원 감소 대응도 논의키로 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 양성 규모 재검토, 복지 지출 증가를 관리하기 위한 노인 기준연령의 장기적 조정도 들여다 본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이 쉽지 않다고 진단한다. 정년 연장을 위해서는 노동시장 경직성을 깨는 ‘임금 유연성’ ‘고용 유연성’이 선행돼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에 깔지 않으면 추진하기 어렵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정년 연장이 기본적으로 작동하려면 생산성에 부합하는 임금체계부터 갖춰야 한다”며 “근본적인 걸 손대지 않으면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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