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경기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18일 밝혀졌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다.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 마지막 10차 사건은 1991년 4월 3일에 발생했다. 그런데 당시 살인죄 공소시효는 15년이었다. 이에 2006년 4월 2일 공소시효가 만료돼 범인을 특정한다고 해도 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공소시효란 어떤 범죄사건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다. 경찰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자 전담수사팀을 해체시켰다.

그동안 국내에선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같은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늘리거나 없애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2007년 12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종전 최장 15년에서 25년으로 확대했다. 더 나아가 2015년 7월에는 다시 형사소송법(일명 태완이법)이 개정되면서 살인죄 공소시효가 완전 폐지됐다. 태완이법은 1999년 5월 20일 대구 동구의 한 골목에서 학습지 공부를 하러 가던 김태완(사망 당시 6세)군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에게 황산테러를 당해 49일간 투병하다 숨진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태완이법이 시행되면서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을 처벌할 길이 열리는 것 같았다. 태완이법은 형법상 살인죄, 즉 ‘사람을 살해해 법정 최고형이 사형인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법 시행 전 발생한 사건은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경우에만 적용 대상으로 삼아 2000년 8월 1일 밤 0시 이후 발생한 살인사건만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결국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뿐 아니라 1991년 실종됐다가 2002년 유골로 발견된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 영화 ‘그놈 목소리’의 모티브가 된 이형호(당시 9세)군 유괴·살인사건 등도 영영 처벌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경찰은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이 불가능하더라도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인 만큼 용의자 신원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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