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하승균(73) 전 수사팀장은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확보됐다는 소식을 접한 18일 밤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에게 감사드린다. 그래도 이 세상에 정의가 있구나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용의자인지 맞나 궁금하다”고도 했다. 공소시효가 이미 종료된 데 대해선 “많이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하 전 팀장은 1986년 12월 4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 사건 수사에 가담했다. 당시 수원경찰서 형사계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2003년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하다. 그는 화성연쇄살인사건 기록과 수사 일지를 모은 에세이 ‘화성은 끝나지 않았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가급적 하 전 팀장의 말투와 뉘앙스를 그대로 살렸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가 잡혔는데 지금 심경 어떠신지?

“우선 신에게 감사드린다. 그래도 이 세상에 정의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런 식으로 발견됐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 정의가 있구나 감사함을 느낀다.”


-범인은 어떻게 잡힌 것으로 보시나.

“당시 수사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수사 자료를 확보해서, 다시 말해 현장에서 발견되는 담배꽁초, 피해자 옷에서 타액, 정액 자국 등 국과수 올려보내는 거야. 살인사건 현장에 있던 모든 우유팩이라든가 이런 것을 혹시, 범인이 버린 거 아닌가 해서. 잡힐 가능성을 보고 열심히 채취해서 보냈지. 그리고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금까지 잘 보관을 했다.
범인이 어떻게 잡혔냐면,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성폭행 사건 나면 전부 국과수에 올려보내. 과거에 5년이고 10년이고. 화성 사건도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채취된 DNA 자료, 이런 걸 비교하고 보관해서 잡힐 수 있었던 거야. 수사 요원들과 국과수 요원들이 열심히 채취하고 보관하고 비교 분석한 것에 대해 감사함 느낀다.”

-하고 싶은 말씀은.

“꼭 얘기하고 싶은 건 현직에 있을 때나 퇴직했을 때도 그렇고 유일하게 수사에 가장 오래 관여한 사람이고 책임을 느끼는 사람이다. 관련 얘기 나올 때마다 공소시효를 늘려주면 좋겠다 생각했어. 만약 그 당시 공소시효 늘렸다던가 없으면 이놈 처벌 할 수 있을텐데. 지금은 이 놈 처벌 못해.
그게 가장 억울해. 수사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수사에 참여했다는 형식적인 이야기보다 피해자 가족, 유족만큼 더 많은 분노를 느꼈어. 그 많은 시체 보고 수사에 관여했기 때문에. 그 분노 때문에 수사를 해왔어. 근데 아무리 수사를 해도 뭐해. 공소시효가 끝난 걸.”

-공소시효 문제가 가장 아쉬울 수도 있으실텐데.

“마지막 사건 공소시효가 종료된 2006년에 방송이나 인터뷰할 때마다 공소시효 문제를 얘기했어요. 근데 이제 그걸 처벌을 못하는 거 아닌가. 공소시효 늘렸으면 이놈을 처벌하는 기회가 되지 않습니까. 선진국 같은 데는 공소시효 30년이야. 우린 언제부터 피의자 인권 존중했다고 공소시효를 만들어놨지. 당시 살인사건 공소시효는 15년이었어. 나중에 여론이 들끓으니까 그제야 늘렸지. 마지막 사건이 2006년 4월이야. 내가 공소시효 끝날 때 퇴직을 했어. 그래서 난 억울하고 화가 나.”


-유력 용의자가 확보됐는데, 누군지 추측 되시는지.

“용의자 대상에 올라왔다면 DNA 자료 추출했겠지. 그 당시 수사 선상엔 없었던 것 같아.”

-최근에 관련 제보가 안들어 왔나요.

“퇴직했지만 신고가 많이 들어와요. 근데 그때마다 관심은 있어. 나는 내 머릿속엔 용의자 ‘적격’이 있어. 그건 뭐냐. 용의자 키가 얼만지 신체 특징, 나이 몇 살 정도이고, 이게 나는 범인 목격자들을 직접 인터뷰했고, 수사를 했잖아. 그걸 근거로 해서 용의자 적격이 나는 머릿 속에 있어요.”

-이번에 용의자는 잘 모르는 사람인지.

“잘 모르지. 아 그런 놈이겠지 생각만 하고 있어요.”

-용의자 복역 중인데 만나보고 싶은지, 무슨 말을 건네고 싶은지.

“왜 안 만나보고 싶었어. 하지만 두고 봐야지. 사실 얘기했지만 화나는 건 만나봐도 뭐해 처벌을 못하는 거야. 다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내가 생각하는 용의자 적격이 맞는지, 그건 궁금해.”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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