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화면 캡처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배경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33년 만에 밝혀졌다. 해당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용의자는 이미 1994년 발생한 ‘청주 처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현재 수감 중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장기 미제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들의 유류품에서 검출된 유전자(DNA)가 현재 강간 살인죄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모(56)씨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2006년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용의자는 이미 1994년 발생한 ‘청주 처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붙잡혀 현재 수감 중이다.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이씨는 1993년 12월 18일 아내가 가출한 것에 대해 앙심을 품고 1994년 1월 청주 흥덕구 자신의 집을 찾아온 처제(당시 20세)를 성폭행한 뒤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언니를 찾아온 처제에게 이씨는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인 뒤 성폭행했다. 범행이 알려질 것을 우려한 이씨는 처제를 살해한 뒤 자신의 집에서 800m 떨어진 곳에 유기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이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진 데다 뉘우침이 없어 도덕적으로 용서할 수 없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도 사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성폭행 후 살해까지 계획적으로 이뤄졌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1995년 1월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4개월 뒤 파기환송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받은 이씨는 같은 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이씨의 처제 살해 수법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비슷했다. 발견된 처제의 시신은 여성용 스타킹으로 묶여져 있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서도 스타킹이나 속옷 등 피해자의 옷가지가 여럿 발견됐다. 시신 유기 장소도 범행 현장 인근인 농수로나 축대, 야산 등이었다.

화성 연쇄살인 첫 사건이 발생한 1986년에 이씨의 나이는 23세에 불과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경찰이 보관하던 1990년 9차 살인 사건 피해자의 옷을 받아 추가로 분석한 결과 지난달 2일 검출된 DNA와 이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국과수는 또 7차 사건 피해자에 이어 5차 사건 피해자의 옷에서 검출된 DNA 역시 이씨의 DNA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다른 범인의 모방 범죄로 드러난 8차 사건을 제외하고 4차, 3차, 2차 사건 증거에서 나온 DNA도 국과수에 맡겨 분석하기로 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15일부터 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가 성폭행당한 채 살해된 엽기적인 사건이다. 피해 여성들의 잇따른 실종과 사체 발견 자체에도 충격이 컸지만,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다른 강력·살인사건에서는 목격되지 않던 잔인한 범행 수법과 경찰의 수사망을 비웃듯 화성을 중심으로 이뤄진 반복적인 살인이었다.

경찰은 2006년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완료되기 전까지 연인원 205만명을 투입했지만 끝내 범인을 잡지 못했다. 때문에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이형호 군 유괴사건’과 함께 국내 3대 미제사건으로 남았었다. 해당 사건은 2003년 영화로도 제작돼 이목을 끌기도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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