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장성규가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JTBC홀에서 열린 ‘호구의 차트’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뉴시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장성규(36)는 지난 10일 SBS 연예정보 프로그램 ‘본격연예 한밤’에 출연해 유머러스한 발언을 쏟아냈다. 인기를 실감하는지 묻자 “이 사랑, 다 거품이다”고 했고, 욕심나는 프로그램으로는 ‘SBS 8 뉴스’를 꼽았다. “연예대상을 받으면 ‘방송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거 같아요. 올해 SBS에서 연예대상을 주신다? 그러면 은퇴하겠습니다.”

이렇듯 아슬아슬하게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은 장성규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지난 8년간 꾸준히 방송에 출연해 까불고 나대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크게 주목받진 못했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장성규는 서서히 주가를 끌어올리더니 최근엔 콘텐츠 시장의 블루칩으로 거듭났다. 2019년 방송가를 대표하는 ‘올해의 인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다. 장성규의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장성규가 처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011년 ‘일밤’(MBC)에서 만든 아나운서 공개채용 코너 ‘신입사원’을 통해서였다.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탈락의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재기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듬해 그는 JTBC에 입사했고, ‘아는 형님’(JTBC)을 비롯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지도를 쌓았다.

본격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건 지난 4월 회사를 퇴사하고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하면서였다. ‘프리 선언’ 이후 그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채널의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휘저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새로운 ‘개나운서’(개그맨+아나운서)의 출현이었다.

‘장성규 신드롬’의 끌차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웹예능인 ‘워크맨’이다. 과거 인기를 끈 ‘체험 삶의 현장’(KBS2)의 유튜브 버전이라고 할 만한 워크맨은 “세상 모든 잡(JOB)것을 리뷰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지난 5월 17일 첫 영상이 게시된 후 유튜브에는 매주 금요일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로드된다.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이 콘텐츠의 인기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웹예능 '워크맨' 에버랜드 편에서 막춤을 추고 있는 장성규(오른쪽). 유튜브 캡처


5월에 영상이 처음 온라인에 올라오긴 했지만 워크맨 채널이 유튜브에 만들어진 건 7월 11일이었다. 구독자 수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구독자는 채널 개설 약 2개월 만에 200만명을 돌파했고, 현재는 250만명을 넘어섰다. 웹예능 시장에서 난공불락처럼 여겨지던, 그룹 god 맏형 박준형이 이끄는 ‘와썹맨’(구독자 220여만명)까지 따라잡았다. 장성규가 에버랜드를 방문해 이곳 직원들 일을 체험한 에버랜드 편 조회 수는 조만간 1000만뷰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워크맨의 인기 요인으로는 속도감 넘치는 편집, 재미를 배가시키는 자막 등이 꼽히지만, 최고는 역시 장성규의 입담이다. 영상 속 그는 근엄한 아나운서의 이미지가 아니다. ‘선넘규(선을 넘는 장성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그의 발언은 막말과 농담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한다. 행동 역시 거침이 없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인 김성주나 전현무가 진행자 역할에 충실하다면, 장성규는 어떤 상황에서든 웃음을 만들어내는 개그맨에 가깝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장성규는 그동안 방송가에 없던 희한한 캐릭터”라며 “그가 프리 선언을 하고 예능 시장에 뛰어든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망가지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장성규의 부상은 새로운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 시대를 시작을 알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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