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본사에서 18일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하얀 천이 걷히고 가로 11.2m 높이 5.2m, 무게 약 70t의 가스터빈 로터 조립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로터 조립체는 압축기, 터빈 블레이드 등으로 구성된 가스터빈의 중심체다. 곧이어 대형 크레인이 로터 조립체를 들어올렸다. 로터 조립체는 가스터빈의 케이싱(덮개)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조립의 마지막 단계다. 우리나라 최초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독자모델이 공개되는 현장이었다.

두산중공업은 18일 경남 창원 본사에서 가스터빈 초도품 최종조립 현장을 공개했다. 최종 성능시험을 통과하면 우리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다섯 번째로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국가의 반열에 오른다.

이날 공개된 대형 가스터빈은 정부가 2013년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를 위해 추진한 국책과제의 일환이다. 동시에 세계적인 탈원전 흐름으로 어려움에 처한 두산중공업의 미래를 이끌 신성장 동력이다.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스터빈은 모두 해외기업에서 만든 제품이다.

가스터빈은 특히 친환경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받는다. 기존에는 석탄을 주 원료로 전기를 만들어냈지만 가스터빈은 천연가스(우리나라에선 주로 LNG)를 연료로 한다. 초미세먼지 배출은 석탄발전의 8분의 1,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은 석탄발전의 3분의 1 이하 수준이다. 배기가스가 발생시키는 수증기로는 스팀터빈 발전기도 동시에 가동시킬 수 있어 복합화력 발전도 가능하다.

가스터빈의 핵심 구성품인 로터 조립체. 두산중공업 제공

발전용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LNG가 압축된 공기와 만나 폭발을 일으키며 발생하는 배기가스는 온도가 섭씨 1500도 이상으로 높다. 철이 녹는 점이 약 1500도인 것을 감안하면 가스터빈 내부의 부품들은 용광로같은 환경을 버텨야 하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초내열 소재를 만들어내는 합금 기술을 손에 넣었다.

더불어 정밀 주조 기술을 통해 회전 날개인 블레이드 내부에 공기 통로를 만들어냈다. 이 통로로 주입된 차가운 공기는 블레이드 뚫힌 촘촘한 구멍을 통해 새어나오게 했다. 블레이드는 찬 공기로 코팅된 상태에서 뜨거운 배기가스를 흘려보내는 셈이다.

목진원 파워서비스BG장(부사장)은 “발전산업이 원천기술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운 생태계로 바뀌었다”면서 “가스터빈은 우리가 원했던 가장 고난도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개발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당초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이탈리아 기업을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이탈리아 정부는 “중요한 전략 기술을 넘길 수 없다”며 거절했다. 이후 6년의 시간과 1조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목 부사장은 “경쟁국들은 ‘2차 세계대전 때 제트 엔진을 만들어내지 못한 나라가 가스터빈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이번에 개발해 낸 가스터빈 모델은 270㎿ 모델로 25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하고 있는 500㎿급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돼 2023년부터 상업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380㎿급 후속 모델도 이미 개발 중이다.

가스터빈 국산화를 위해 두산중공업은 230여개 협력업체와 일하고 있다. 연평균 3만명 이상의 고용 효과를 창출하게 될 전망이다. 이광열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개발·설계 상무는 “2030년까지 신규 복합발전소에 한국형 가스터빈을 사용할 경우 약 10조원의 수입대체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창원=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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