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야생 멧돼지 통한 감염 사례 확인
경기 북부 지역 야생 멧돼지 증가해 순환 감염 많아
아프리카돼지열병도 동일한 방식으로 확산될 수 있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연천군에서 야생 멧돼지가 ‘돼지열병’을 사육돼지에 옮긴 전례가 확인됐다. 돼지열병은 아프리카돼지열병만큼 치명적이진 않지만, 돼지만 걸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접촉으로 감염된다는 점도 같다. 최근 경기도에서 서식하는 야생 멧돼지 수가 배 가까이 급증한 걸 감안하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일보가 19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경기 연천군과 포천군에서 야생 멧돼지의 돼지열병 감염 사례가 최초 확인됐다. 돼지 콜레라 바이러스가 원인인 돼지열병은 돼지가 걸리는 전염병의 한 종류다. 고열·설사 같은 증세를 보이며 접촉으로 감염된다. 치사율이 높다는 것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닮았다. 다만 백신이 있어 위험도는 아프리카돼지열병보다 낮은 편이다.

핵심은 돼지열병에 걸린 야생 멧돼지가 사육돼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16년 9월 경기 연천군 양돈농가에서 발병한 돼지열병을 분석한 결과, 2011년에 야생 멧돼지에서 채취한 바이러스의 유전자(DNA)와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야생 멧돼지와 사육돼지 간에 바이러스 전파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역시 야생 멧돼지가 감염경로 안에 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두 농가가 포함된 경기 북부지역은 최근 야생 멧돼지가 급증하고 있다. 환경부가 조사한 시·도별 서식 밀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야생 멧돼지 수는 2017년 100㏊당 5.6마리에서 지난해 5.2마리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역별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경북과 충남 등은 서식 밀도가 급감했지만, 경기도와 전북은 증가했다. 특히 경기도의 서식 밀도는 2017년 100㏊당 2.8마리에서 지난해 5.2마리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기도 북부에서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강원도로 이동해 돼지열병을 전파한 점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최근 3년간 야생 멧돼지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역은 경기 북부지역 외에 강원도 철원·인제·영월·홍천군, 강원도 춘천·동해시 등이다. 모두 같은 유형의 바이러스로 확인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경기 북부지역에서 점차 강원도 지역으로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경기 북부지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야생 멧돼지를 매개체 삼아 다른 지역으로 전염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던 다른 국가에선 야생 멧돼지를 방역 대상에 넣고 있다. 벨기에는 집중 수렵으로 ‘야생 멧돼지 전면 제거’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은 아직 방역의 초점에서 야생 멧돼지는 떨어져 있다. 야생 멧돼지 조사는 방역 당국이 아닌 환경부 관할이다. 환경부가 야생 멧돼지 사체 조사를 하고는 있지만 방역 차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올 들어 검사 건수는 34건에 불과하다. 이중 경기 북부와 강원도는 21건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감염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북한에서 유입되는 임진강과 한탄강, 한강 하구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바이러스 검사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모규엽 기자 sman321@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