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맨’에서 철없고 흥 많은 건달을 연기한 배우 조진웅. 그는 “관람할 때는 마냥 신이 나고, 상영관을 나서면서 문득 자신의 일상을 곱씹어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쇼박스 제공

완벽하지 않은 두 남자가 있다. 한 명은 사지가 마비된 시한부 환자이고, 다른 한 명은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건달. 비슷한 점이라곤 단 하나도 없는 두 사람이 만났다. 그런데 이들, 어쩐지 통한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퍼펙트맨’(감독 용수)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가 조직 보스의 돈 7억원을 날린 건달 영기(조진웅)에게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다 줄 테니 버킷리스트 실행을 도와달라고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삐걱대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서로를 통해 변화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담아낸다.

극의 내용이나 설정은 새로울 게 없다. 2012년 개봉작 ‘언터처블: 1%의 우정’과 겹치는 지점이 적지 않다. 캐릭터도 전형적이다. 익히 본 듯한 인물의 조합이 그리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코미디물로서 제 소임을 다할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이다. 설경구(53)가 판을 깔면, 조진웅(43)이 그 위를 휘젓는다.

설경구와 조진웅이 주연한 버디 영화 ‘퍼펙트맨’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멋스럽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캐릭터의 옷을 잘 걸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이라도 어설프게 비쳐졌으면 캐릭터가 죽었을 텐데,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은 것 같아요. 다행이죠(웃음).” 본인 연기에 대한 호의적 평가에 조진웅은 멋쩍은 듯 입을 뗐다. 그러면서도 “연기에 있어 100% 만족이란 없다”고 선을 그었다.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조진웅은 영기라는 인물의 매력에 끌려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는 내내 웃었다. 내 고향이 부산이다 보니 부산 사람 이야기에 더 공감이 되더라”면서 “특히 영기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단순 무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순수하고 진정성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영화 속 웃음 코드의 9할은 조진웅이 책임진다. 진한 부산 사투리를 써가며 껄렁껄렁한 건달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낸다. 워낙 재기발랄한 역할이다 보니 현장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도 ‘텐션’을 유지하는 것이었단다. “브루노 마스의 ‘업타운 펑크’라는 곡을 계속 들었어요. 한 순간도 흥이 떨어져선 안 됐거든요. 그거,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실제 성격과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하기란 녹록지 않았다. 특히 클럽 댄스신 언급에 그는 머리를 움켜쥐며 민망해했다. 그는 “내가 연기를 하면서 낯 뜨거움과 민망함을 느낀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고 했다. 가장 큰 폭소를 자아내는 후반부 자동차신에 대해선 “진선규의 리액션이 받쳐주지 않았으면 그 장면은 살 수 없었다”고 겸손해했다.

평소 롤모델로 여겨 온 설경구와의 호흡은 더할 나위 없었다. 조진웅은 “경구 형님을 보자마자 너무 좋아서 겨드랑이로 파고 들어가 ‘사랑해요’라고 외쳤다. 감히 ‘지천명 아이돌’에게 장난도 많이 쳤는데, 형은 다 받아주시더라. 많이 배웠다. 걸출한 선배들이 앞에서 끌어주시면 후배 입장에서 그만큼 든든한 게 없다”고 했다.

이 영화가 전하는 의미는 분명하다. 오늘 주어진 이 하루도 얼마나 소중한가, 라는. “손톤 와일더의 ‘아워 타운(Our town·우리 읍내)’이라는 연극이 있는데, 그 작품의 주제는 딱 한 가지예요. 삶은 아름답다. 함부로 살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 ‘퍼펙트맨’도 마찬가지예요. 소중한 내 삶을, 그리 퍼펙트하진 않더라도, 진하게 한 번 살아보자는 거죠.”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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