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허망

11살 난 아이는 새벽 5시가 되면 집을 나섭니다. 초등학생의 등교 시간 치고는 조금 이릅니다. 아이는 집 근처 밭으로 가 대파를 뽑습니다. 흙을 탈탈 털어 자건거에 싣더니 분주히 페달을 밟습니다. 도착한 곳은 인근 시장. 파를 늘어놓고 가격표를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합니다. 그 뒤로 돈을 넣을 수 있는 깡통을 세워둡니다. 아이는 그제야 학교로 향합니다. 이제부터 파를 구입하고 싶은 손님은 양심껏 돈을 지불하면 됩니다.

중국 다이허망이 최근 옌 이항과 그의 가족에 대한 사연을 보도했다고 22일 나우뉴스가 전했습니다. 이항의 동생 옌 이체는 올해 7살이 됐습니다. 2015년 희귀병 진단을 받고 꼬박 4년이나 병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아이의 병원비를 내느라 그동안 집안 형편은 나날이 어려워졌습니다. 빚만 약 70만위안(약 1억1200만원)이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다른 도시로 떠났고 간병은 어머니 혼자 도맡게 됐습니다. 시장에서 채소를 팔던 할머니는 지난 3월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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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은 직접 할머니의 장사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가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생각해낸 방법은 무인 상점입니다. 아이는 등교 전 시장에 채소를 늘어놓고 점심시간에 잠시 들러 상태를 확인한 뒤 하교 후 마감을 했습니다.

이항은 “어떤 날에는 파 한 단도 팔리지 않지만 또 어떤 날에는 50위안(약 8400원)을 벌기도 한다”며 “주인이 없는데도 돈을 놓고 가는 마음씨 좋은 사람도 많다”고 웃었습니다.

아이가 4달간 번돈은 1182위안(약 20만원)입니다. 이돈을 건네받은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며 “집안 사정 탓에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가 우리와 짐을 나눠지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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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은 동생을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중입니다. 지난 6월에는 동생을 위해 골수이식도 했습니다.

이항의 사연이 알려지고 기부 의사를 표현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이항의 가족은 한사코 거절했습니다. 가족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바꾸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항은 “내 소원은 그저 동생과 함께 학교에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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