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한국은 미국의 가장 큰 군사장비 구매국 중 하나고, 우리는 매우 잘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침 같은 날(한국시간 24일) 서울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분담금 인상과 무기 구매를 연계해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분담금을 대폭 올리든지, 미국 무기를 더 많이 사든지 양자택일하라는 압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대해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을 강조했다. 한·미 간 입장차가 드러나면서 서울에서 열린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1차 회의도 공전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한국의 무기 구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무기 판매 이슈를 먼저 꺼냈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에 이어 미국의 세 번째 무기 수입국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 10년간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입 현황과 향후 3년간 도입 계획을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미국산 무기 구매와 방위비 분담금의 꾸준한 증가 등으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에 기여한 점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설명은 한국이 미국 무기 구매의 큰손이라는 점을 들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분담금 인상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이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을 언급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한 인상을 요구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주한미군 운용 비용으로 연간 50억 달러(약 6조원) 안팎이 소요되는데 한국이 부담하는 몫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대폭 증액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서울 국방연구원에서 열린 11차 분담금 협상 첫 회의도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25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관한 내용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에서 일본 관련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예 없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중재 의지를 밝히지 않음에 따라 이번 유엔총회 때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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