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기 쉬운 것들을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소설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은 '달걀 깨뜨리지 않고 떨어뜨리기' 과학 실험에 나선 탐구일지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딸의 일기이기도 하다. 픽사베이

나는 질문하는 사람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사실 ‘아니다’라는 결론을 가지고 있었으나, 생각해보니 나는 지난 2년 동안 엄청나게 질문을 해댔다. 인터뷰어가 되어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듣고, 그것으로 책(‘문학하는 마음’)까지 냈으니 말이다. 한데 나는 질문하는 사람이었으나, 정작 질문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었다는 걸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을 읽고 알았다. 다른 사람에게 답변을 듣는 질문 말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 하는 질문이 내겐 없었던 것이다. 그건 나를 둘러싼 주변을 관찰하는 눈,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는 호기심, 스스로 답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핑계를 대자면, 나는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치우며 살아내는 데도 벅찼다.

태 켈러의 데뷔작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은 “흥미롭게 느끼는 대상을 관찰하며 자기만의 질문을 정하고, 그 질문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과제를 1년간 수행하는 주인공 내털리의 ‘탐구 일지’이다. 그러나 내털리는 자기만의 질문을 쉽사리 정하지 못한다. 질문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이상한 말을 내뱉는 그 모습이 꼭 날 보는 거 같아서 마음이 짠했다.

역시나 내털리는 질문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신경이 온통 아픈 엄마에게 쏠려 있기 때문이다. 식물학자인 엄마는 지난여름, 대학 연구소에서 실직한 이후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 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엄마는 특히 화학물질로 오염된 토양에서 꽃을 피운, 뉴멕시코의 기적의 식물 ‘코발트블루 난초’에 애정을 품었는데 그 연구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그러던 중에 온실에서 키우던 하나밖에 없는 ‘코발트블루 난초’도 죽어버리자, 다정했던 원래의 엄마를 되찾기 위해 내털리는 엄마와 함께 뉴멕시코에 직접 가서 ‘코발트블루 난초’를 가져오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문제는 돈. 내털리는 질문을 정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닐리 선생님이 제안한 ‘달걀 떨어뜨리기 대회’에 상금이 걸려 있던 것을 떠올리고, 곧바로 ‘달걀 작전’을 시작한다.

과학 이야기인가 했더니, 우울증을 앓는 엄마를 둔 딸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어두울 것만 같은 상황은 작가의 발랄한 유머를 통해 10대 특유의 솔직함과 엉뚱함으로 그려진다. 억지스럽게 엄마를 이해하는 척 포장하지도 않고 슬픔과 혼돈, 분노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우울증을 겪는 당사자가 아닌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공부도, 게임도, 심지어 한밤중의 연구실 무단침입까지 함께하는 아이들의 우정도 볼 만하다.



닐리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있었다면 나도 과학과 좀 더 친해질 수 있었을까? 이건 내 능력의 문제를 다른 이의 탓으로 돌리는 위험한 생각이긴 하지만, 내게 분명 과학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나는 과학이 철저한 계산으로 답이 정해져 있다고 여겼다. 나는 주로 답을 맞히지 못했고, 그렇게 과학은 점점 멀어졌다. 그러나 “과학은 질문하고 답을 찾고 결코, 결코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답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 소설은 얘기해준다. 정해진 답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실수하고 실패하면서 계속 가는 것, 어쩌면 정답이라 믿었던 것도 언제든 수정될 수 있는 것이 과학이라는 말일 게다. 그리고 놀랍게도 ‘과학’의 자리에 ‘삶’을 넣어도 딱 들어맞는다.

수차례 실험을 거친 아이들의 방법으로도, 항상 정답을 아는 엄마의 방법으로도 달걀은 깨진다. 그러나 당연히, 그것은 끝이 아니다. 아이들의 우정도, 가족의 사랑도, 여전히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깨어지는 것들” “그리고 그것들을 지키는 방법”에 관한 내털리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깨어지는 것들을 언제나 지킬 수는 없”지만, 질문을 품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내털리의 뿌듯한 성장담을 덮으면서, 나도 진짜 질문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김필균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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