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안쪽 걷는 ‘DMZ 평화둘레길’ 6월, 8월 열려
구간마다 하루 40명씩 방문…규모 가늠 안 돼
파주 구간은 첫 발병지에 속하기도
역학조사, 예상치 못한 유입경로 밝힐까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이후에 비무장지대(DMZ) 안쪽으로 민간인과 차량이 빈번히 드나들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6월과 8월 각각 문을 연 ‘철원·파주 DMZ 평화둘레길’이 통로가 됐다. ‘파주 DMZ 평화둘레길’이 위치한 경기 파주시는 첫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DMZ 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야생 멧돼지가 확인됐다는 게 문제다. 야생 멧돼지가 남측 철책선을 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철책 안쪽을 방문한 이들이나 차량에 바이러스가 묻었을 가능성이 있다. 접경지역 방역을 강화하면서 정작 위험한 통로는 방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3곳의 ‘DMZ 평화둘레길’이 순차 개장됐다. 강원 고성군이 첫 삽을 떴고, 이어 강원 철원군과 경기 파주시가 뒤를 이었다. 평화둘레길은 차량을 이용하고, 직접 DMZ를 걸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역학적 연결고리 측면에서 위험성이 높은 곳은 철원군과 파주시에 조성한 평화둘레길 구간이다. 철책선 밑으로 길을 조성한 고성군과 달리 두 곳은 철책선을 넘어 DMZ 안쪽의 철거 감시초소(GP)를 방문한다. 하루에 40명까지 신청자를 받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GP까지 버스로 이동한 뒤 길을 걷는 코스”라고 설명했다.

평화라는 가치로 보면 의미가 있지만, 방역 측면에선 구멍이다. 철원군의 평화둘레길은 6월 1일, 파주시는 8월 10일 개장했다. 북한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사실을 국제수역사무국(OIE)에 신고한 시점은 5월이다.

DMZ는 방역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 2일 경기 연천군의 DMZ 안쪽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DMZ 곳곳에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지역에 사람과 차량이 주당 5일을 드나든 셈이다.


파주와 철원의 DMZ 평화둘레길은 지난달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 첫 발생 이후 운영을 중단했다. 다만 폐쇄 이전에 바이러스가 남쪽으로 유입되는 통로 역할을 했을 수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의 4대 요인(사람, 차량, 잔반, 야생 멧돼지) 중 3가지가 이 곳에서 겹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장주 등에게 평화둘레길 방문 여부를 물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는 늘고 있다. 정부는 7일까지 14만5163마리를 살처분한다. 사육돼지를 전량 수매·살처분할 계획인 경기 파주·김포시를 제외한 수치다. 6일에 충남 보령시 천북면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오며 확산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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