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우집주'. 방송화면 캡처

“20여편 단막극을 썼던 경험이야말로 작가로서 나를 단련한 귀한 시간이었다.”

‘SKY 캐슬’(JTBC)로 올해 초를 달궜던 유현미 작가는 단막극을 이렇게 치켜세웠다. SKY 캐슬의 영광이 단막극 집필 경험에 빚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수혜를 입은 건 유 작가뿐 아니다. 최근 방송 중인 ‘동백꽃 필 무렵’(KBS2)의 임상춘, ‘정도전’(KBS1·2014)의 정현민 등 걸출한 작가들이 단막극을 거쳐 데뷔했다.

단막극은 작가에겐 필력을, 감독에겐 연출력이란 근육을 단련해주는 필수 운동 같았던 셈. 지난달 27일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드라마 스페셜’(KBS2)은 그런 단막극의 정신을 이어가는 프로그램이다. 신인으로 대부분 구성된 감독과 작가진의 작품 10편이 매주 안방을 찾는다.

단막극의 매력은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에 있다. 문보현 KBS 드라마센터장은 “단막극에선 다양한 실험과 도전 정신이 가능하다”고 했다. 비교적 시청률 경쟁에서 자유로운 단막극 성격 때문인데, 기존 미니시리즈 형태를 파괴한 10부작이나 몇분 가량의 극 형식도 단막극에서 처음 시도됐다.

이번에도 취업, 죽음, 댄스, 노인 등 현실을 예민하게 감각한 주제들이 스릴러 액션 로맨스 등 다양한 그릇에 담겨 표현된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호평받은 이주영 김진엽의 ‘집우집주’와 태항호의 ‘웬 아이가 보았네’에 이어 이태선 강기둥의 ‘렉카’(11일), 정동환의 ‘그렇게 살다’(18일), 최원영 이도현의 ‘스카우팅 리포트’(25일)등이 차례차례 전파를 탄다.


'웬 아이가 보았네'. 방송화면 캡처


단막극은 신인 배우들의 산실 역할도 톡톡히 했다. 실제 이선균 등 많은 배우가 단막극을 거쳐 연기파 배우로 발돋움했다. 김진엽은 “스토리의 시작과 끝을 알고 연기해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단막극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드라마 스페셜은 ‘베스트극장’(MBC) 등 한때 20~30% 시청률로 사랑받았던 단막극 시리즈들이 사라지고 남은 유일의 프로그램이 됐다. 광고 수익성 등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집우집주와 웬 아이가 보았네의 경우 높은 완성도에도 시청률은 1%대에 그쳤다. 문 센터장은 “단막극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쉽지 않겠지만 단막극 정신을 잃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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