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학생들이 '레논벽' 훼손을 막기 위해 싸운 학생을 처벌한 학교에 항의해 계란을 던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리 단장의 ‘홍콩 시위 지지’ 트윗으로 중국 본토에서 일어난 반발이 휴스턴뿐아니라 NBA 전체를 향한 전방위 보이콧으로 확대되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8일 스포츠 채널에서 NBA 프리시즌 경기 중계를 잠정 중단하고 NBA와의 모든 협력을 점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방송은 10일과 12일 상하이와 광둥성 선전에서 잇따라 열릴 LA 레이커스와 브루클린 네츠의 프리시즌 시범경기 중계 일정을 취소했다.

CCTV는 일본을 방문한 애덤 실버 NBA 총재가 “모리 단장이 자유롭게 의사 표현할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힌데 대해 “강한 반대를 표시한다”고 반발했다. 또 “국가 주권과 사회 안정에 도전하는 어떤 언론도 언론 자유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버 총재는 도쿄에서 기자들을 만나 중국의 반발에도 “우리는 대릴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에 사과하지 않는다”며 “NBA가 가치를 놓고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중국을 들쑤셨다.
베이징 왕푸징의 NBA 플래그십 매장.로이터연합뉴스

온라인 스트리밍 중계를 하는 텐센트 스포츠도 NBA 시범경기 중계를 중단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텐센트는 올해 여름 5년 재계약을 맺었는데 업계에서는 판권 비용이 2억∼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에서 TV 중계 독점권을 가진 CCTV 스포츠의 매년 중계료는 약 7000만달러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이용해 언론의 자유를 막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보통 중국 민중의 반응과 태도를 살펴보기를 바란다. 중국과 교류·협력하는 데 중국의 민의를 모르면 통할 수 없다”고 밝혔다.

NBA 홍보대사인 중국 팝스타 차이쉬쿤은 NBA와 협력을 중단한다고 선언하는 등 중국 연예인들도 NBA 공격에 가세했다. 배우 리이펑, 우진옌, 저우이웨이 등은 9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NBA 팬의 밤’이나 10일의 시범경기에 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굳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모리 단장은 ‘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을 지지한다’는 트윗을 올렸다가 구단을 후원하는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협력 중단’을 선언하자 결국 글을 삭제하고 “난 단지 하나의 복잡한 사건에 대한 한가지 판단에만 기반해 한쪽 편만 들었다”고 해명했다. NBA도 성명을 내고 모리의 홍콩 시위 지지 트윗에 유감을 표명했다.
미국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리 단장.

미국 정치권도 모리 단장의 홍콩 지지 트윗과 NBA의 사과, NBA 총재의 ‘모리 단장 지지’ 발언 등을 놓고 거센 논쟁에 휩싸였다.

미 의회의 여야 의원들은 NBA의 사과에 대해 한목소리로 “원칙보다 이익을 우선시했다”고 비판했다. 휴스턴 로키츠 연고지인 텍사스 출신의 테드 크루즈(공화) 상원의원은 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모리가 홍콩을 지지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중국에 사과를 한 NBA를 지목해 “거금을 쫓아 부끄럽게 물러섰다”고 비판했다.

텍사스 출신인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NBA가 사과해야 할 것은 인권보다 이익을 노골적으로 우선시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지낸 훌리안 카스트로는 “독재정부가 미국민을 괴롭히는 행위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모리 단장의 트윗에 대한 대처는 그동안 정치적인 입장을 밝힌 선수나 코치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던 NBA의 행보와는 거리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실버 총재는 선수들이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해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연습경기를 하는 것을 지지하는 등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NBA는 이번 유감 표명을 하면서 영어 성명에서는 “유감”(regrettable)이라고 했지만, 중국어 성명에서는 “부적절한(inappropriate) 견해” “극도로 실망스럽다”(extremely disappointed), “(모리의 시각이)중국 팬들의 감정을 심하게 다치게 했다” 등의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키웠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나는 NBA가 스포츠 리그 중 가장 의식적으로 깨어있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하는 줄 알았는데 미국 정치나 사회 이슈만 해당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반면 NBA 브루클린 네츠의 구단주이자 대만계인 차이충신(조 차이)은 대릴 단장이 금기사항을 건드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 영토에서 분리 독립운동을 지원하는 것은 금기사항이며 중국 정부와 모든 시민이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중국인들은 외국에 점령당한 역사가 있어 분리 독립운동 주제에 대해 강한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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