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가 근거가 없고 헌법에 위배된다”면서 “탄핵 조사에 대한 협조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팻 시펄론 백악관 법률고문이 민주당 하원 지도부에 보낸 A4지 8장 분량의 서한. 이 서한에서 시펄론 고문은 “하원의 탄핵 조사가 근거가 없고 헌법에 위배된다”면서 “탄핵 조사에 대한 협조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AP뉴시스

국무부도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증인인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에게 이날로 예정됐던 하원 탄핵 조사에 증언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몸통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도 하원 조사를 거부했다.

트럼프 진영이 조직적으로 탄핵 조사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의 탄핵 조사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탄핵 조사 방해이며 새로운 탄핵 사유”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간의 정면충돌 양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팻 시펄론 백악관 법률고문은 이날 민주당 하원 지도부에 보낸 A4지 8장 분량의 서한에서 “당신들은 기본적인 공정성과 헌법상 규정된 절차를 위반한 방식으로 (탄핵) 조사를 계획하고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민과 헌법, 행정부 조직, 미래의 대통령에 대한 의무를 충실히 다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이뤄지는 당파적이고 헌법에 위배되는 (탄핵)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펄론 고문은 또 “이번 탄핵조사가 2016년 대선 결과를 번복하고 2020년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노골적인 정치 전략”이라고 비난했다.

시펄론 고문은 하원이 전체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찬반 표결 없이 탄핵 조사를 개시한 점을 문제 삼았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시펄론 고문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탄핵 조사 거부 말고는) 다른 선택을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탄핵’ 개시를 결정했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AP뉴시스

이에 앞서 미 국무부도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에게 이날로 예정됐던 하원 탄핵 조사에 증언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선들랜드 대사는 하원 조사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유럽에서 미국에 이미 도착한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선들랜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뒷조사를 이끌어내기 위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군사지원 보류 카드로 압박했는지 여부를 밝혀 낼 ‘키 맨’이다. 하원이 공개한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선덜랜드 대사와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 특사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과 우크라니아 정부의 바이든 뒷조사를 교환하는 조건을 논의했다. 국무부는 하원 조사 불과 몇 시간 전에 그런 선들랜드 대사의 입을 막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선들랜드 대사를 증인으로 보내고 싶지만, 불행히도 그는 공화당의 권리는 빼앗기고 진짜 사실이 공개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완전히 위태로운 ‘캥커루 재판’에서 증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캥커루 재판’은 인민재판 또는 엉터리 재판을 의미하는 용어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몸통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도 이날 “하원 조사에 대한 협조를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어떤 당국자도 하원이 이끄는 조사위원회에 나타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당국자들도 탄핵 조사 보이콧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다.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민주당 소속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백악관의 조사 거부에 대해 “대통령은 법 위에 있다”고 비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은 하원이 팩트를 구하는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이는 또 다른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진영이 하원 찬반 표결 없이 탄핵 절차가 개시됐다고 문제 삼는 대목은 법리 논쟁을 촉발했다. 펠로시 의장은 “헌법이나 하원의 규칙, 전례에는 탄핵조사를 진행하기 전에 하원 전체가 투표해야 한다는 필요조건은 없다”고 밝혔다.

헌법학자들도 민주당 편을 들고 있다. 탄핵 전문가인 미주리대 법학교수 프랭크 보우맨은 “하원은 그들이 원하는 방식에 따라 (탄핵)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우맨 교수는 “정치적으로 어떤 측면에서는 대통령 측 대리인들을 탄핵 조사에 참여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중재안을 제시한 것이다.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클린턴 측 변호인들이 탄핵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측은 증거 열람이나 증인 채택과 거부권, 조사위원회 참석 등에 대한 어떤 법적 보호권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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