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아브라르 파하드의 피살에 항의하는 시위대. AFP연합뉴스

방글라데시 명문대 학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 비판글을 올렸다가 여권 청년단체에 무참히 피살됐다. 수도 다카 등지에서는 수천 명의 학생이 들고 일어서 이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다카트리뷴 등 현지 매체는 9일 방글라데시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공대(BUET)에 다니는 아브라르 파하드(21)가 지난 6일 학교 기숙사 건물 내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파하드가 여당 아와이연맹(AL)의 대학생 지부(BCL) 소속 회원 등에게 폭행당한 끝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 용의자 13명을 체포했다. 다카의과대학에서 진행된 부검 결과, 파하드는 크리켓 방망이와 같은 둔기로 얻어맞았고 이로 인한 부상 탓에 사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구타는 4시간 가까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CC(폐쇄회로)TV에는 파하드가 신원 미상의 남성 무리에 붙잡혀 끌려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BCL은 정부 비판 세력을 앞장서 탄압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정치 이념이 다른 동료 학생들을 구타하기 일쑤고, 정부에 비판적인 시위가 발생하면 현장으로 몰려가 시위대에 대한 공격을 도맡는다. 파하드도 피살되기 며칠 전 페이스북에 정부의 대(對) 인도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파하드의 피살 소식이 알려지자 수천 명의 학생이 다카 등 주요 도시의 거리로 몰려나와 길을 막고 구호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일부 교수들까지 시위에 가세했다. 이들은 “정의를 실현하고, 범인들은 사형에 처하라”고 촉구했다. BUET 교원협회에서 회장을 맡고 있는 아캄 마수드 교수는 “대학 당국은 소속 학생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실패했다”며 “그들이 과거부터 대학 기숙사에서 발생하곤 했던 폭행 사건들을 막지 않고 방관하면서 파하드의 피살로까지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까지 나섰다. 다카트리뷴은 “하시나 총리가 지난 8일 공정한 조사와 재판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