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10월08일 과천=윤성호기자 cybercoc@kmib.co.kr>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검찰개혁방안을 발표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조씨가 ‘웅동학원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범행을 인정하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심사 출석을 포기한 피의자에 대해 2015~2017년 어김없이 구속영장을 발부해왔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3월 흥미로운 통계 자료를 공개했다. 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였는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중앙지법 영장심사에 불출석한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이 모두 발부됐다는 내용이었다. ‘불출석=발부’라는 것이다. 영장심사에 출석한 피의자들은 2015년 81.46%(2535명), 2016년 82.26%(2848명), 2017년 81.28%(2509명)가 구속됐다. 심사에 출석한 피의자들도 80%가 넘는 확률로 구속됐다. 전국 법원으로 기준을 넓혀도 불출석 피의자에 대한 영장 발부율은 압도적으로 높다. 2015년 94.81%(73명), 2016년 89.58%(86명), 2017년 99.01%(100명)으로 조사됐다.

당시 백 의원은 위 자료를 공개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에 불출석 의사를 밝힌 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은 일반인이라면 이미 구속됐을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의 꼼수에 법원이 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이 언급한 ‘원칙적 대응’은 구속영장 발부를 말한다. 당시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에 불출석하자 서면 심사를 진행했고 결국 영장을 발부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06.26.

법조계에서도 영장심사 불출석은 구속으로 이어진다는 걸 상식으로 받아들인다. 한 변호사는 “심사에 출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방어권을 포기하는 체념에 가까운 것”이라며 “범죄 혐의를 다퉈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헛심’을 안 쓰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의 동생은 웅동학원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 범죄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조씨는 교사 채용 대가로 2억원 안팎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에게 돈을 전달한 브로커 2명은 모두 구속된 상태다. 조씨는 채용비리 사건의 ‘주범’으로서 구속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해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법원은 그런데 서면 심사를 거쳐 조씨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그간 보여준 ‘원칙’과는 다른 결과였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주요 범죄(허위 소송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채용비리 부분에 대해 사실 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피의자 건강 상태 등을 참작하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조씨의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허위 소송 혐의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허위 소송(배임) 혐의는 웅동학원 사무국장을 하던 조씨가 자신이 운영한 건설업체의 공사대금 소송을 웅동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뒤 학교법인이 변론 없이 패소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조씨가 운영하던 건설업체는 소송을 통해 채권을 확보했고 이 채권은 이후 100억 원대로 불어났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가 운영하던 웅동학원 '위장 소송' 의혹 등과 관련해 조 장관 동생 조모씨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2019.09.27.

법원은 허위 소송 사건을 ‘주요 범죄’라고 자체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주요 범죄’에 대한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으니 영장을 기각한다는 논리를 내놨다. 법원이 채용비리 사건은 주요 범죄가 아니라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즉각 법원이 ‘자의적’인 판단을 했다고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핵심 혐의를 인정하고 영장심문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등 입증의 정도, 혐의의 중대성, 종범 2명이 이미 금품수수만으로 모두 구속된 점, 광범위한 증거인멸을 행한 점 등에 비춰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채용비리 사건을 ‘핵심’이라고 본 것이다.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영장심사 불출석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영장 기각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 많다. 검찰 주장대로 ‘종범’ 2명이 구속된 상황에서 죄가 더 중한 ‘주범’인 조씨가 구속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채용 브로커 2명만 구속이 되고 실제 뒷돈을 받은 학교법인 관계자는 구속을 피한 꼴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사건을 정관계 뇌물 사건에 비유하면 뒷돈 전달책 2명이 구속됐는데 돈을 받은 국회의원은 구속을 피한 것”이라며 “이렇게 보면 법원이 어떤 결정을 한 것인지 이해가 쉽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외압’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충상(62·사법연수원 14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지인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조 장관 동생 구속영장을 기각한 오늘은 법원 스스로 오점을 찍은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04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냈다.

이 교수는 “조국 동생은 종범에게 증거를 인멸하고 외국으로 도망하라고 교사했다”며 “영장을 기각한 명재권은 법원장의 의향에 따라 영장 재판을 해온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필자가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재직한 2004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가 언급한 ‘비슷한 일’은 2004년 여택수 당시 청와대 부속실장 직무대리가 롯데쇼핑 사장에게 현금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건이다. 이 교수는 “법원행정처 고위 법관이 필자에게 강하게 기각을 요구하며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말하겠느냐’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강한 압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 틀림없다”며 “영장을 발부했더니 ‘부속실장 구속에 권양숙 여사가 대성통곡’이라는 기사가 났다”고 썼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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