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의 측근인 세토 히로시게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 간사이전력 금품 파문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는 그는 경제산업상 시절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주도했다. AP연합뉴스

일본 간사이전력에서 원전과 관련해 발생한 수십억원대의 금품수수 비리 사건의 파장이 아베 정권으로 향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측근인 세코 히로시게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이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 고문으로 있던 회사에서 기부금을 받은 것이 밝혀졌다.

교도통신은 9일 세코 간사장의 자금관리단체가 효고현의 정비보수업체 야나기타 산업의 사장인 A씨로부터 총 600만엔(약 6700만원)의 기부금을 받았다고 전했다. A씨는 2012년부터 4년간 정치자금규정법이 정한 개인별 연간 기부금 상한인 150만엔씩 나눠 냈다.

야나기타 산업은 간사이전력이 발주하는 원전 정비 공사 등을 맡아 왔는데, 올해를 포함해 5년 동안 149억4000만엔(약 1673억원) 상당의 공사를 간사이전력과 자회사에서 따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간사이전력 경영진에게 금품을 뿌린 브로커 모리야마 에이지(지난 3월 90세로 사망)는 야나기타 산업의 고문이었다. 이 때문에 세코 간사장 측에 건네진 기부금이 순수한 정치자금이었는지를 둘러싼 의혹이 일고 있다.

모리야마가 관계된 업체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국회의원은 집권 자민당에서 이나다 도모미 간사장 대행에 이어 세코 간사장이 2번째다. 이나다 대행은 2011년부터 2013년 사이에 모리야먀가 이사로 있던 경비회사로부터 36만엔(약 400만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아사히신문의 보도로 시작된 간사이전력의 금품수수 비리 사건은 야기 마코토 회장과 이와네 시게키 사장 등 임원 20명이 모리야마로부터 최소 3억2000만엔(약 36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데서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보도 이후 간사이전력은 검은 돈의 흐름을 포착한 세무 당국의 지적을 받고 최근 10개월에 걸친 내부 조사 결과를 공개했지만 감봉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9일 야기 회장과 이와네 사장은 사퇴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지역의 유력자인 모리야마와 관계가 악화되면 원전 운영과 관련해 나쁜 영향을 받을까봐 금품을 거절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모리야마는 후쿠이현 다카하마초에서 조야쿠(助役)를 지낸 인물이다. 조야쿠는 한국으로 치면 부(副)읍장 정도에 해당하는 공직이다. 그는 조야쿠 시절 다카하마초에 원전을 유치하는데 앞장섰다. 4호기까지 건설된 다카하마원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가동이 중지됐다가 아베 신조 정부의 원전 재가동 정책에 힘입어 2017년 재가동됐다. 재가동을 위해 안전장치 보강 공사가 필수적이어서 지역 건설회사들은 특수를 누렸다. 지역의 여러 건설회사와 경비회사의 고문이나 이사였던 모리야마는 사실상 브로커로서 원전 정비공사와 경비의 수주를 따오거나 중요 정보를 얻어왔다.

교도통신은 “간사이 전력이 최근 발표한 조사보고서에 모리야마가 국회의원들과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었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이른바 ‘모리야마 스캔들’이 정치권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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