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의결되자 자유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걱정’이 시작됐다. 검찰 개혁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와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구 의원을 줄이는 데 진통이 불가피한 만큼 여야가 결국 의원정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합의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패스트트랙 절차가 진행 중인 선거법 개정안은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각각 225석과 75석, 즉 3대1 비율로 조정하는 것이 골자다. 이른바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전체 300석 의석을 정당 득표율로 나눈 뒤 각 정당에 배분된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뺀 의석수의 절반을 우선 비례대표 의석으로 배분하고, 이후 남은 비례대표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다시 나눠 갖는 방식이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기존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다. 총선 때마다 불거진 선거구 획정 문제가 내년 총선에서는 지역구가 줄어드는 만큼 더 풀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중진 의원은 9일 “지역구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을 뺏기지 않기 위해 사생결단하고 나설 텐데 선거법 개정안 논의는 결국 막판까지 진통을 겪을 것”이라며 “어떻게 해서든 현재 지역구 의석수(253석)를 지키려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당 의원도 “여당 의원들도 자신의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것을 반기지 않을 텐데, 여야 논의가 결국에는 지역구는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 수를 일정 부분 늘리는 것으로 타협안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조정으로 호남 의석 20여개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지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일단은 기존 안대로 추진하자는 방침이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혁신처 국정감사에서 한국당 박완수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박완수 한국당 의원은 선거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해 받은 연구용역 자료를 들어 개정안이 국민주권주의 원칙, 직접선거 원칙, 평등선거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비례대표 후보를 어떤 방식으로 선출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고, 지역구 선거에서 낙선하더라도 석패율을 적용해 비례대표로 다시 당선되게 하는 것은 국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자는 선거법 개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에 변동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개정안은 이를 인위적으로 고정해 보정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박영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8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 의원의 지적에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은 반대하는 국민 의견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계류 중인 법안이 초과 의석 없이 조정해야 하다 보니 일반적인 제도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국회가 정기국회 기간에 합리적인 선거제도 개편안과 선거구획정안을 빨리 논의해 줬으면 좋겠다”고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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