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서 8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가 정부의 유류 보조금 폐지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정부는 키토를 떠나 남부 과야킬로 기능을 이전했다. AP뉴시스

에콰도르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대통령과 정부가 수도를 버리고 지방으로 피신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8일(현지시간) AP 등에 따르면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이 전날 전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정부가 남부 과야킬로 기능을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경 진압에 나섰지만 관료 50여 명이 시위대에 억류되는 등 시위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에콰도르 정부가 지난 3일 국제통화기금(IMF)에 약속한 긴축 정책의 일환으로 유류 보조금 폐지를 선언한 데서 시작됐다.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최대 두 배 이상 오르자 대중교통 노동조합이 주도하는 시위가 바로 일어났다. 정부가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잠잠해지는 듯했던 시위는 지난 주말 원주민들이 가세하면서 한층 격렬해졌다.

원주민들은 에콰도르 인구의 7%를 차지하는데 지난 2000년 하밀 마우와드 전 대통령, 2005년 루시오 구티에레스 전 대통령 퇴진에도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의 반정부 시위가 상당한 역할을 했을 정도로 조직력을 과시한다. 이번에도 시위 참가를 위해 전국에서 모였다.

에콰도르 정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위대 570명이 체포되고 경찰 77명이 부상당했다. 그리고 전날엔 아마존 지역의 유전 세 곳이 ‘외부세력’에 점거돼 가동이 중단됐다. 이곳에서는 에콰도르 전체 산유량의 12%를 담당한다.

모레노 대통령은 전날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번 시위는 정부를 흔들고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려는 조직적인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특정 세력이 원주민을 이용해 벌이는 쿠데타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류 보조금 폐지 등 긴축 정책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시위의 배후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자신의 전임자인 좌파 라파엘 코레아 전 에콰도르 대통령을 지목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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