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잡혔을 때 당신들은 무엇을 했는가”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복역한 윤모(52)씨가 울분을 토하며 한 말이라고 한다. 마침내 윤씨가 검거 30여년 만에 재심을 청구한다. 화성 사건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의 자백이 나온 이후 결심을 굳혔다. 지금까지 이 사건은 화성 사건의 모방범죄로 알려졌지만 그는 계속해 무죄를 주장해왔다. 윤씨 측근에 따르면, 그가 감옥에 있던 20년 동안에도 진범이 등장하지 않아 재심 청구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춘재의 자백은 윤씨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이 됐다.

윤씨는 영화 ‘재심’의 주인공인 박준영 변호사와 손을 잡았다. 박 변호사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씨 사건을 맡은 소회를 적었다. 그는 “사건에 대한 개인적 욕심 내려놓고 이 사건에 딱 맞는 변호사님을 모시고 변호인단을 꾸릴 생각”이라며 “변호인단 구성이 마무리되면 공개하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윤씨 입장에서는 하늘이 준 기회”라며 “잘 살려가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이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들이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면서도 “같은 조직 구성원의 책임이 문제되는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경찰이 조사를 잘 진행하는지 경계하며 지켜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당시 경찰은 소아마비 때문에 한 쪽 다리를 잘 못쓰는 윤씨에게 쪼그려 뛰기를 시켰다고 한다”며 “지금의 경찰이 이 사건 바로잡길 바란다.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변호가 시작됐다”고 예고했다.


이춘재가 화성 8차 사건 역시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경찰이 당황하는 모양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알려졌던 10건 모두 그의 범행이고, 억울한 누명을 쓴 이가 생겼다는 의미가 된다.

화성 8차 사건은 박모(당시 13)양이 살해된 사건이다. 박양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한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윤씨는 이듬해 7월 검거됐다. 같은 해 10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항소했지만 2심과 3심에서 기각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감형돼 20년간 옥살이하다 2009년 가석방됐다.

윤씨는 1심 선고 이후 항소하면서 “고문을 당해 허위로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 발생 당시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지만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로 진술했다”며 “검찰과 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허위진술을 하도록 강요당했지만 1심은 신빙성이 없는 자백을 기초로 다른 증거도 없이 유죄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상급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자백 신빙성을 의심할만한 부분이 없고 수사기관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3심도 이를 인정했다.

반면 당시 윤씨를 검거했던 형사들은 “이춘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범인은 윤씨가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박양 사건은 화성 사건과는 수법 등이 달라 처음부터 별개 사건으로 분류했다고 했다. 피해자가 논이나 야산이 아닌 집에서 살해됐고, 옷가지로 피해자를 결박하지도 않았다는 이유다. 아울러 오염되지 않는 증거물을 통해 범인 특정했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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