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사건 범행을 시인한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결론이 난 8차 화성 살인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재심 절차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기존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윤모(52·당시 22세)씨가 “고문과 가혹행위가 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 재심청구 의사를 내비친 데 이어 박준영 변호사가 이 사건을 맡기로 결정했다. 2차와 7차 사건 피의자 변호를 맡아서 무죄를 받아낸 김칠준 변호사도 참여한다.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1999년)과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2000년)의 재심을 맡아 무죄를 이끌었던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윤씨가 준비하고 있는 재심의 변호인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사건에 대한 개인적 욕심 내려놓고 이 사건에 딱 맞는 변호사님을 모시고 변호인단을 꾸릴 생각”이라며 “변호인단 구성이 마무리되면 공개하겠다. 윤씨 입장에서는 하늘이 준 기회다. 잘 살려가겠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경찰은, 소아마비 때문에 한쪽 다리를 잘 못 쓰는 윤씨에게 쪼그려 뛰기를 시켰다고 한다. 지금의 경찰이 이 사건을 바로잡길 바란다.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변호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10일 게시한 글에서는 “화성 8차 사건과 관련해 재심 주장이 섣부르다는 의견도 있는데 재심을 주장하며 사건을 공론화해야 할 적절한 시점”이라며 “경찰과 변호인은 사건을 바라보는 위치와 관점이 다르다. 때로 변호는 법정 안팎을 가리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씨는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A(당시 13세)양 집에 침입해 잠자던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7월 검거됐다. 그는 같은 해 10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경찰이 고문을 해 허위 자백을 했다”라며 항소했다.

윤씨는 항소이유서에서 “집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허위 자백을 했다”며 “1심 재판부는 다른 증거도 없이 신빙성이 없는 자백만을 근거로 유죄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급심 재판부는 “고문을 당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윤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후 윤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선고받아 20여년을 복역하다 현재는 가석방으로 풀려난 상태다.

화성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춘재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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