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으로 게시된 오버워치 캐릭터 '메이'를 활용한 시위 포스터. 레딧

게임 개발사 블리자드가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프로게이머를 중징계하자 게이머들이 보이콧에 나섰다. 네티즌들은 게임 캐릭터를 홍콩 시위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한편 각종 패러디를 통해 블리자드와 중국에 조소를 보내고 있다.

게임전문매체 ‘유로게이머’는 9일(현지시간) 블리자드의 대표작 ‘오버워치’의 중국인 캐릭터 ‘메이’가 홍콩 시위의 상징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다수의 포스터와 작품들이 등장했다”며 “많은 사람이 시위 슬로건, 지지 문구와 함께 홍콩 시위대 스타일로 변신한 메이의 모습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오버워치 인기 캐릭터인 메이는 공식 설정상 중국 시안 출신이지만 “메이를 민주화의 상징으로 만들어 블리자드에 되돌려주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트위터와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서는 시위대처럼 마스크나 방독면을 착용한 메이가 ‘Liberate Hongkong’(홍콩을 해방하라) ‘Fight for Freedom’(자유를 위해 싸운다) 등의 문구와 함께 그려진 게시글들이 수만 개 이상의 추천을 받으며 공유되고 있다.


레딧에 게재된 각종 패러디 작품들. 천안문 사태를 블리자드 게임을 이용해 재현했다. 레딧

더불어 30년 전 중국 천안문 사태 당시 맨몸으로 탱크 앞을 가로막았던 ‘탱크맨’ 패러디도 인기다. 카드게임 ‘하스스톤’의 카드 형식을 빌린 패러디에는 탱크맨의 사진과 함께 “당신에게 반대한 하수인을 침묵시키고 그들의 상금을 빼앗는다”는 설명이 적혀있다. 또한 ‘스타크래프트2’ ‘길잃은바이킹’ ‘워크래프트 시리즈’ 등 게임 속에서 천안문 사태를 재연해봤다는 게시글들도 다수 있다.

앞서 블리자드는 지난 5일 대만에서 열린 하스스톤 대회 생방송 중 “홍콩에 자유를,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고 외친 프로게이머 블리츠청(Blitzchung)에 대해 ‘대중에게 불쾌함을 주거나 블리자드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참가자의 상금을 몰수한다’는 규정에 따라 1년간 선수 자격을 박탈한다고 8일 발표했다. 이에 그동안 ‘세계적으로 생각하기’와 ‘모든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가치를 꾸준히 밝혀온 블리자드가 중국을 의식해 명확하지 않은 규정으로 부당한 처벌을 내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네티즌의 분노는 블리자드 불매운동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트위터 등 SNS에는 ‘#Blizzardboycott’(블리자드 보이콧)라는 태그와 함께 블리자드 게임을 삭제하는 사진 등이 개재되고 있다. 이들은 “세상은 더 많은 영웅을 원한다” “블리자드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고 싶지 않다” “‘너희가 ‘모든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며 실망감을 표했다.

지난 5일 프로게이머 블리츠청이 '하스스톤 그랜드 마스터즈' 대회에서 "홍콩에 자유를,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고 외치는 모습. 좌측의 해설진 2명은 도발 행동에 책상 아래로 몸을 숨겼다. 블리자드는 블리츠청의 선수 자격을 박탈하고 인터뷰를 진행한 해설진을 해고했다. 트위치 캡처

블리자드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이 레딧에 올린 우산 시위 사진. 블리자드를 상징하는 중앙광장의 오크동상 앞에서 열렸다.

블리자드 전·현직 직원들도 이번 결정에 반감을 드러내긴 마찬가지다. 일부 현직 직원들은 이날 블리자드 본사 앞 광장에서 홍콩 시위를 상징하는 우산을 든 채 항의 시위를 열었다. 몇몇 직원들은 이번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파업을 준비하는 한편 임원진에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이런 움직임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개발부서 팀장으로 ‘디아블로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에 관여했던 마크 컨 역시 이날 트위터에 게임업계 큰손인 중국의 영향력을 설명하며 “중국의 강요를 거절하고 끝까지 신념을 지키는 회사는 블리자드일 거로 생각했다. 최소한 내가 블리자드에 다닐 때만 해도 언제나 ‘게이머 우선주의’ ‘욕심부리지 말기’ 라는 신념이 최우선이었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블리자드는 겁쟁이처럼 숨지 말고 예전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게이머들이 일어설 때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미 의회에서도 거론됐다. 민주당 상원의원 론 와이든은 “블리자드는 중국 공산당을 기쁘게 하려고 자신을 기꺼이 모욕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이는가. 중국에 살지 않는 사람조차도 자체 심의를 거치거나 처벌을 받거나 추방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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