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례에 걸친 화성화성연쇄살인사건 전부를 자신이 저질렀다고 이춘재(56)가 자백하고, 8차 사건의 진범으로 이미 형기를 마치고 나온 윤모(검거 당시 22세·농기계 수리공)씨가 “자신은 억울하다”고 결백을 주장하면서 8차 사건이 ‘블랙홀’(black hole)로 이씨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과 30여건의 성범죄 등 모든 사건을 빨아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경찰도 8차 사건에 대해 이씨 자백의 신빙성 확인과 함께 당시 수사의 과오가 있었는지 확인 등 투트랙 수사를 공식화 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장기미제사건 수사전담팀은 10일 브리핑을 열고 “이씨의 8차 사건 관련 진술에 ‘유의미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씨의 8차 사건 자백에는 의미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구체적 내용을 진술을 통해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수사의 과오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관계자 등을 상대로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자백을 받은 경위 등에 대해 수사 중이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도 당시 증거물에 대한 감정 결과 도출 과정을 확인 중에 있다”고 했다.

이는 경찰이 이씨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한편 8차 사건과 관련한 이씨 자백이 사실일 가능성에도 상당히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는 추론이 힘을 얻고 있어 자칫 8차 사건으로 인한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전담수사팀은 현재 남아있는 8차 사건 당시 증거물인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토끼풀과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긴 절도사건이나 이 사건과 유사하게 용의자 흔적이 남은 창호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이 토끼풀과 창호지는 당시에 의미 있는 증거로 판단하지 않아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경찰이 보관하고 있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정작 의미 있다고 판단된 증거는 검찰에 송치돼 검찰이 증거물 보존 기간이 만료로 모두 폐기한 상태다.

당시 윤씨 수사와 직접 관련된 수사관들은 현재는 모두 퇴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수사관들은 최근 전담수사팀 관계자에게 “당시 국과수 감정 결과가 확실한데 굳이 고문이나 가혹행위 할 필요가 없었다”며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믿고 윤씨를 불러 자백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8차 사건 수사팀은 사건 현장인 방안에서 8점의 체모를 발견해 국과수에 감정의뢰했다.

그 결과 혈액형이 B형이고 형태학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윤씨에 대해 4차례에 걸쳐 음모 채취했다. 윤씨는 혈액형이 동일하고 형태적 소형이 동일하고, 최종적으로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결과 윤씨의 음모가 동일인의 음모로 볼 수 있다라는 최종 감정 결과를 국과수로부터 통보받았다.

이씨는 2차례 음모를 채취했는데 1차에서는 혈액형이 동일하나 형태적 소형이 달랐다. 2차에서는 혈액형도 이씨가 O형으로 나와 혈액형도 달랐다.

이에 전담수사팀은 국과수에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결과에 대한 재검증과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의 혈액형 판별의 오류 가능성 등에 대한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에 대해 국과수가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으로 체모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했고, 경찰은 국과수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윤씨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윤씨는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확정받아 복역하던 중 감형받아 수감 20년 만인 2009년 가석방됐다.

경찰은 “화성사건의 진실규명과 함께 당시 경찰의 수사 과정에 대해서도 한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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