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2차전 한국 대 스리랑카 경기를 위해 손흥민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판의 결정은 존중해야 하지만 나는 분명 뛰었다. 뛰어서 나왔다.”

스리랑카와의 경기를 끝낸 손흥민은 차분하게 말했다. 후반 권창훈과 교체돼 나오는 과정에서 주심은 그에게 옐로카드를 들었다. 경기 시간을 지연시켰다는 이유였다.

규정에 따르면 월드컵 예선전에서 옐로카드 두 장을 받으면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날 경고를 받은 손흥민이 만약 오는 15일 치를 북한과의 세 번째 예선전에서 경고를 받는다면, 내달 14일 예정된 레바논 원정에 나설 수 없게 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심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모두가 보셨을 거다. 제가 봤을 땐 주심이 주목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며 “오늘 경기에 딱히 특별한 점도 없었고 주심이 ‘서울 와서 경고 한 장 줬다, 내가 경기에서 주인공이다’라는 걸 남기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10일 오후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2차전 한국 대 스리랑카 경기에서 벤투 감독이 손흥민 경고에 대해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주심의 경고는 평소 강한 발언을 잘 하지 않던 벤투 감독마저 분노케 했다. 국내 축구팬들 역시 SNS와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8대 0의 대승을 거두고 H조 1위로 올라섰으나, 유일한 ‘옥에 티’라는 댓글도 이어졌다.

손흥민은 경기 후 취재진에게 주심의 판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어디까지나 우리는 심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분명히 뛰어나왔다”며 차분하게 소감을 밝혔다.

이어 “기자님들, 축구팬들, 축구 관계자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6-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 끌 행동을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충분히 뛰어나왔다고 생각했다. 교체돼서 기다리는 선수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판 결정을 존중한다. 받지 말아야 할 경고를 받은 건 내 잘못”이라며 “개선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의 답변에 국내 팬들은 ‘역시 인터뷰 장인’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드러내면서도 심판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는 것이다. 거기에 심판이 지적한 ‘경기 시간 지연’에 대해 의도성이 전혀 없었음을 재차 해명했다.

10일 오후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2차전 한국 대 스리랑카 경기에서 손흥민이 교체돼 나가기 전 김신욱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주고 있다. 연합뉴스

대승으로 마무리한 경기 소감에 대한 대답 역시 팬들의 칭찬을 샀다. 손흥민은 “많은 골을 넣은 것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면서도 “이게 다가 아니다. 스리랑카가 우리보다 약체인 건 사실”이라고 짚었다. 이어 “전반 끝나고 선수들에게 ‘끝까지 끈을 놓지 말고 골을 넣을 수 있을 만큼 넣으라’고 했다”며 “후반에 동료들이 그걸 계속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지만 경기 뛰는 게 좋다. 내게는 이것(A매치)만큼 좋은 게 없고, 이만큼 행복감을 주는 게 없다”며 “더군다나 가끔 열리는 국내 A매치는 국내 팬들을 찾아뵐 유일한 기회”라고 말했다. “출전 부담은 축구를 하면서 한 번도 없었다. 힘들 수는 있지만 이것만큼 내게 기쁜 건 없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앞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저녁 8시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2라운드 스리랑카전에서 8대 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를 무사히 마친 한국은 15일 평양으로 넘어가 3차전을 치른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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