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 EPA연합뉴스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페터 한트케(76)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거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한트케가 유고 내전에서 ‘인청청소’를 저지른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와 세르비아 정부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전력이 있는 인물인 탓이다.

CNN방송·로이터통신 등은 11일(현지시간) 한트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일각에서는 수상자 철회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고 전했다. 친세르비아 성향의 가정에서 태어난 한트케는 ‘발칸의 도살자’로 불렸던 전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 대통령 밀로셰비치를 옹호해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밀로셰비치는 1990년대 유고내전 당시 세르비아 민족주의와 소패권주의를 내세워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코소보 등 발칸 곳곳에서 인종 학살을 자행했다. 알바니아계를 상대로 ‘인종 청소’를 벌이는 등 20만명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300만명을 난민 신세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밀로셰비치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한트케는 지난 2006년 밀로셰비치가 전범 재판을 기다리다 구금 중 숨지자 그의 장례식에서 조사를 읽기도 했다. 이어 대량학살을 주도한 범죄자를 옹호했다는 논란이 일자 같은 해 한 인터뷰에서 “밀로셰비치는 영웅이 아닌 비극적 인간이다. 나는 작가일 뿐 재판관이 아니다”고 해명했고, 이로 인해 더 큰 반발을 샀다.

그간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던 인물이었던 만큼 한트케는 자신의 수상 소식에 “깜짝 놀랐다”며 스웨덴 한림원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살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한림원의 결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1995년 보스니아 스레브레니카 학살의 생존자들은 “부끄러운 일이다”며 한림원 측에 노벨문학상 선정 취소를 촉구했다. 유고내전 피해자 측인 코소보의 블로라 치타쿠 주미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밀로셰비치 옹호자들과 대량 인종학살을 부정하는 이들이 축하받아서는 안 된다”며 “증오를 토해내는 이들을 옹호하거나, 정상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매츠 말름 스웨덴 한림원 상임비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상자는 문학적, 미적 기준으로 선정됐다”며 “정치적인 고려사항과 문학적 우수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은 한림원의 권한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트케의 대표작으로는 희곡 ‘관객 모독’이 손꼽힌다. 그는 영화감독 빔 벤더스의 1987년작 ‘베를린 천사의 시’의 시나리오를 집필해 시나리오 작가로서도 명성을 얻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