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티아나 코퀴스 제퍼슨이 생전 조카와 함께 찍은 사진. 사진=미국 CNN방송 웹사이트 캡처

흑인 여성이 미국 텍사스의 자택에서 조카와 게임을 하던 중 백인 경찰관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한 번 미국에서 백인 경찰에 의한 총격으로 흑인이 사망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어서 인종차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CNN방송 등은 13일(현지시간) 흑인 여성 아타티아나 코퀴스 제퍼슨(28)이 전날 새벽 2시30분쯤 텍사스 포트워스에 있는 자신의 집 침실에서 8살 조카와 비디오게임을 하던 중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경찰관에게 총을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제퍼슨의 이웃인 제임스 스미스는 지역지 ‘포트워스스타-텔레그램’에 사건 당일 새벽에 제퍼슨의 집 정문이 조금 열린 것으로 보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제퍼슨이 조카와 함께 집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집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이들이 걱정돼 경찰에 신고한 것이었다. 비상시 신고가 아니라 경미한 신고를 할 때 쓰는 번호(non-emergency)였다고 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집 주변을 살핀 뒤 울타리 문의 걸쇠를 열고 뒤뜰로 들어섰다. 백인 남성 경찰관은 침실 유리창 앞에 제퍼슨이 있는 것을 보고 총을 쐈다. 옆에는 비디오게임을 같이 하던 조카가 있었다. 경찰들이 집에 들어가 제퍼슨에게 응급처치를 했지만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포트워스 경찰서는 이날 당시 상황이 담긴 경찰관 보디 카메라 동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영상은 심하게 편집된 상태였다고 CNN은 전했다. 2분가량 영상에는 경찰관들이 손전등을 들고 집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다 경찰 한 명이 “손 들어! 손을 보여라!” 하고 외친 뒤 창문을 향해 총을 쐈다.

포트워스 경찰서 대변인 브랜던 오닐은 총을 쏜 경찰관이 위협을 감지한 뒤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경찰들이 제퍼슨의 집에 들어갔을 때 총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은 제퍼슨이 피살 당시 권총을 쥐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또 동영상에서 경찰관은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도 않았다. 이 경찰관은 지난해 4월부터 이 경찰서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휴직 상태다.

사진=미국 CNN방송 웹사이트 캡처

포트워스 경찰서는 총격을 가한 경찰관이 14일 해당 경찰서의 담당 부서에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의 가족들은 포트워스 경찰서가 이 사건을 스스로 수사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인권변호사 리 메리트는 제퍼슨의 가족이 총을 쏜 경찰관이 해고되고 다른 수사기관이 그를 수사해 검찰에 송치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제퍼슨은 오하이오주 세비어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2014년 졸업한 뒤 자신의 병든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이사했다고 메리트는 전했다. 또 제퍼슨은 조카들에게 멋진 숙모가 되는 것을 자랑스러워 했고, 사건 당시에도 게임기를 든 채 조카와 새벽까지 놀고 있었다고 변호사 리 메리트는 전했다. 제퍼슨의 여동생 엠버 카는 “우리들을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실제로 우리를 보호하려고 여기 있지 않은 또 다른 상황”이라며 “당신들은 정의를 보고 싶겠지만 정의가 내 자매를 다시 데려오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경찰에 신고를 했던 이웃 스미스는 그는 좋은 이웃이 되고 싶었다며 제퍼슨이 (잘 있는지) 확인하려고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죄책감이 든다”며 “내가 신고하지 않았더라면 이웃이 여전히 살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NYT는 많은 이들이 이 사건을 자신의 집에서 총에 맞아 숨진 흑인 회계사 사건과 유사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전직 경찰관인 백인 여성 앰버 가이저는 야간근무 후 다른 집에 들어가 그곳에서 TV를 보던 흑인 남성 보탐 진(당시 26세)을 총으로 쏴 살해했다. 집을 착각했다는 가이저는 “강도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그의 휴대전화에서 인종차별적 문자메시지가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가이저는 지난 2일 재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형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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