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과일보 캡쳐

거리시위 참여 후 익사체로 발견된 홍콩의 15세 소녀 천옌린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빈과일보 등은 천옌린이 다니던 홍콩 직업학교 유스 칼리지에서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지난달 시위에 참여했던 천옌린은 친구들과 헤어진 뒤 실종됐다. 경찰은 조사에 들어갔고 지난달 22일 야우퉁 인근 바다에서 한 어민이 천옌린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천옌린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후 바다에 버려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홍콩 경찰은 “유스 칼리지의 CCTV 판독 결과, 천옌린이 사망 당일 소지품을 모두 학교에 두고 맨발로 해변 쪽으로 걸어갔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천옌린이 경찰에 체포됐던 기록이 없으며 시신에서 타박상이나 성폭행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길거리를 빠르게 걸어가는 천옌린의 모습이 담긴 CCTV영상. 유튜브 캡쳐

시민들이 “CCTV 영상을 공개해라”라고 주장하자 학교 측은 두 가지 영상을 제공했다. 하나는 실종 당일인 지난달 19일 오후 6시56분에 한 여성이 빠른 걸음으로 주차장을 지나는 모습이었다. 학교 측은 이 여성이 천옌린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영상의 화질이 너무 좋지 않아 이 여성이 천옌린인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 더구나 영상 속 시간이 오후 6시59분이 되자 영상은 자동으로 3분 전인 6시56분으로 다시 돌아가 편집 의혹마저 제기됐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천옌린이 찍힌 CCTV 영상. 유튜브 캡쳐

두 번째 영상은 천옌린과 흰옷을 입은 남성이 엘리베이터 안에 함께 있는 모습이 찍혀 있다.

경찰이 주장했던, 천옌린이 사망 당일 맨발로 해변 쪽을 향해 걸어갔다는 모습은 두 영상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홍콩 소녀 천옌린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 유튜브 영상 캡쳐

분노한 시민들은 원본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더 이상의 영상 공개를 거부했다. 시민들은 학교 기물을 파손하고, 경찰을 비난하는 낙서 등을 곳곳에 적어놓았다.

23년 경력의 법의학자 마쉬안리는 “여성의 시신이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로 발견됐다면 의문이 당연히 제기되어야 한다”며 “경찰은 사건과 관련된 많은 자료를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옌린의 시신은 지난 10일 화장됐다. 사인을 규명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김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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