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이 이번엔 폭염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마라톤과 경보를 도쿄 대신 삿포로에서 치르자고 제안한 것을 일본 정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네티즌들은 방사능 오염 문제와 오다이바 똥물 파문, 욱일기 반입 문제에 이어 폭염 논쟁까지 불거지자 “이쯤되면 부흥 올림픽이 아니라 파탄 올림픽 아닌가”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TOKYO MX 방송화면 캡처

18일 일본 후지TV 산하 뉴스 매체인 ‘FNN(후지뉴스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IOC의 제안을 받아들이자는 조정위원회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시모토 장관은 여기에 오는 30일부터 IOC와 도쿄도,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등이 함께 참여하는 대화에서 마라톤과 경보 외에 다른 경기에 대해서도 폭염을 피해 개최지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장관. 트위터 캡처

폭염으로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가 우려되는 종목의 경우 개최지를 도쿄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도쿄올림픽은 2020년 7월24일부터 8월9일까지 한여름에 열리므로 선수는 물론 관중들까지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일본 정부가 폭염이 우려되는데도 도쿄올림픽 폐막일을 8월9일로 잡은 건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날을 맞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해왔다.

일본의 여름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그냥 더운 게 아니다.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정도다. 실제 지난 7월말부터 8월초까지 도쿄에서만 폭염으로 인한 부상자가 1857명이나 나왔다. 이 때문에 가만히 있는 사람도 더워서 병원에 실려갈 정도인데 어떻게 올림픽 경기를 치르고 경기를 관전하느냐는 우려가 빗발쳤다.

NHK 보도 화면 캡처

도쿄도는 그동안 폭염에 대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다. 우선 도로 표면에 흰색으로 된 특수 열 차단제를 발랐다. 올림픽 마라톤 코스를 포함해 총 100㎞ 이상의 도로를 정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도로의 표면 온도는 일반 도로보다 낮을 수 있지만 지상 50~150㎝ 사람이 서 있는 높이에서는 복사열로 평균 온도가 올라간다는 지적이었다.

마라톤 경기를 새벽 6시에 시작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IOC는 이에 부정적이었고 결국 삿포로 개최를 제안했다.

더 네이션 캡처

도쿄도 측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IOC의 제안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면서 “각 지자체가 열심히 준비해왔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급기야 지난 17일 노동 단체인 ‘렌고’(連合)의 도쿄지부에서는 인사말을 하면서 “시원한 곳이라고 한다면 평화의 제전(올림픽)을 ‘북방영토(쿠릴 4개 섬)’에서 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도쿄에서 치를 수 없다면 러시아와 영토 분쟁 지역에서 하자고 했으니 아베 정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도쿄올림픽 트라이애슬론이 열리는 오다이바 앞바다에 갈색 거품이 포착됐다. 주프레 캡처

폭염으로 인한 경기장 변경 논란이 불거지자 일본 네티즌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지금까지 방사능 문제와 욱일기 반입 문제, 도쿄 오다이바 똥물 문제, 자원봉사 무보수·무지원 문제 등으로 숱한 논란을 빚었던 올림픽에 폭염 문제까지 겹치니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일본 의사가 그린 ‘도쿄올림픽 상상도’. 트위터 캡처

일본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에는 “분명 적자일 텐데, 일본을 파탄시킬 올림픽이 될 거야” “바보 박람회 올림픽” “이름만 도쿄올림픽이군” “이러다 개·폐회식만 도쿄에서 여는 올림픽 되는 건가” “마라톤을 도쿄에서 하지 않는데 도쿄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나” “오체불만족 올림픽” “사상 최악의 올림픽이 됐네” “인터넷으로 도쿄를 연결하자. 이제 사이버올림픽으로 새롭게 출발하자” “똥물에서 수영할 선수들도 해방시켜라” “개최 전부터 엉망진창이네” “도쿄올림픽을 보면 일본이 왜 쇠퇴하는 국가가 됐는지 알 수 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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