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제공


“제 별명이 연예계 ‘칭기즈칸’입니다. 정복하지 못한 남자가 없어요.”

코미디언 박나래의 걸쭉한 입담이 60분간 이어진다. 파격적이어서 짜릿한 이 프로그램은 지난 1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이하 농염주의보). 예능 ‘나 혼자 산다’(MBC) 등을 이끌며 대세 예능인으로 우뚝 선 박나래가 자신의 연애담 등 ‘비방용’ 이야기들을 펼쳐놓는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렸던 공연을 영상화한 것인데, 해당 무대는 19금(禁)에도 예매 시작 5분 만에 전석(1496석)이 매진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부산 대구 전주 등 지방 공연에서도 전석 매진되며 흥행했다.

전 세계 190여개국에 공개된 농염주의보는 박나래와 ‘범인은 바로 너’ ‘뇌피셜’ 등 인기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사 컴퍼니상상이 손잡고 만든 공연이다. 컴퍼니상상 김주형(42) PD는 박나래와 무대를 기획하는 한편 무대와 넷플릭스 방송분 연출을 총괄했다. ‘런닝맨’(SBS) 등 굵직한 예능을 연출해온 것은 물론 최근 강호동 이수근 하성운 등 멤버들이 출연하는 ‘위플레이’(스카이드라마, 라이프타임) 등을 이끌고 있는 스타 PD다. 그런 그가 21일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농염주의보가 탄생하게 된 배경 등 프로그램 이모저모를 전했다.

농염주의보가 색다른 건 박나래가 자신의 비밀스럽고 아찔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거나, 한국에선 생소했던 스탠드업 코미디 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입담만으로 큰 무대를 휘어잡는 박나래의 모습은 새삼 특별한 느낌을 전한다. 이미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었던 앨리 웡 등 숱한 여성 코미디언들의 모습이 잠시 겹쳐 보이기도 한다. 김 PD는 “공연을 진행하면서 박나래라는 사람이 20~30대 젊은 층을 대변하는 아이콘이 됐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전했다.


김주형 PD. 뉴시스


“연령과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분이 찾아와 주셨는데, 특히 20~30대 여성분들이 많이 와주셨어요. 공연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나도 저 언니처럼 즐기며 살아야겠다’였는데, 언제든 당당한 나래씨의 모습이 그런 공감을 전하는 것 같아요. 본인의 진솔한 이야기들이다 보니 ‘즐기며 살자’는 메시지도 더 잘 전해진 것 같고요.”

김 PD는 “현장 반응을 보면서 즉각적으로 이야기를 바꿔나가는 나래씨의 순발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관객들이 불편해할 수 있는 부분들을 배려하면서 성숙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한 번 더 놀랐다”고 했다.

김 PD가 농염주의보를 기획한 건 지난해 11~12월쯤이었다. 범인은 바로 너 등으로 넷플릭스와 작업했던 그는 새 프로젝트를 구상하던 중 스탠드업 코미디에 주목했다. 영미권에서 사랑받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별도 부서가 마련돼 있을 만큼 넷플릭스의 주력 장르이기도 하다. 김 PD의 생각은 우리나라에도 에이미 슈머처럼 뛰어난 여성 코미디언이 많다는 것이었다.


넷플릭스 제공


“방송인 유병재씨가 ‘블랙코미디’ ‘B의 농담’을 통해 스탠드업 코미디 스타트를 끊었다고 볼 수 있죠. 저는 여성 코미디언에 주목했어요. 인재가 많은데, 정작 그들의 이야기와 감정을 담은 스탠드업 코미디 쇼가 없더라고요. ‘코미디 빅리그’(tvN)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소문난 코미디언으로 자리매김해온 나래씨는 그 구상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죠.”

진행 능력과 끼를 두루 갖춘 박나래이지만 분장이나 별다른 무대 장치 없이 2시간가량을 이끌어가는 스탠드업 코미디쇼는 적잖은 부담이 됐을 법하다. 올해 1월 프로그램 제안 당시엔 박나래도 불안해 했었지만, 이내 기획에 열정적으로 참여해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갔다고 한다.

“프로그램 대부분이 나래씨의 아이디어에요. ‘농염’이란 농 짙은 단어도 나래씨가 ‘꽂힌다’고 해 쓰게 됐죠. 포스터도 마찬가지고요. 나래씨가 이 농염주의보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이유도 본인의 생각과 감정들이 두루 녹아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넷플릭스 제공


그렇다면 공연을 준비하면서 박나래가 느꼈던 감정은 무엇일까. 김 PD는 “넷플릭스 공개를 준비하면서 ‘콘텐츠 공개로 은퇴만 안 했으면 좋겠다’고 농담하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보다 나래씨가 이번 농염주의보 공연을 하면서 정말 큰 에너지를 얻었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농염주의보가 공개된 후 반응이 좋다고 들었어요. 이 콘텐츠가 많은 분의 호응을 얻는다면 박나래씨만의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쇼를 열 가능성도 더 커진다고 봐야죠. 박나래씨가 농염주의보를 준비하면서 꼽은 키워드는 ‘당당함’이었어요. 연애와 삶의 매 순간이 당당하기를 응원하는 나래씨의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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