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서울 금천구 아이돌보미의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건 직후 도입된 돌보미 인·적성 검사는 참고자료로만 활용돼 아이돌보미가 되는 진입장벽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처벌 강화를 담은 법도 아직 고쳐지지 않아 아이를 학대한 적이 있는 돌보미가 서비스 현장으로 돌아오는 길이 열려 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정부가 선발, 양성한 돌보미가 집에 찾아가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로 여성가족부가 담당한다. 여가부는 지난 4월 서울 금천구의 맞벌이 가정에서 돌보미가 아이 뺨을 때리는 등 수십차례 학대한 사건이 발생하자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돌보미 채용시 인·적성 검사를 추가하고 아동학대 판정이 내려진 돌보미는 자격정지 기간을 6개월에서 2년으로 늘린다는 내용이었다.

여가부는 사건 발생 다음 달인 지난 5월 인·적성 검사를 도입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인성과 자질을 지닌 사람만 돌보미로 채용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재 인·적성 검사는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수단이 아닌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여가부에 따르면 지원자가 인·적성 검사에 응하면 전문가 판단에 따라 A(매우양호), B(양호), C(주의), D(부적응), I(판정보류) 등급이 매겨진다. D등급부터 문제로 분류되지만 바로 탈락하는 건 아니다. 여가부 관계자는 21일 “인·적성 검사를 치르는 환경 등 여러 변수가 있어 인·적성만으로 탈락시키는 건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다”며 “면접 결과 등과 종합해 하나의 판단자료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돌보미가 아이를 학대했다는 신고도 꾸준히 접수되지만 처벌 수위가 높아지지 않아 이들이 복귀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아동학대로 실형이 아닌 보호처분 또는 기소유예만 받아도 최소 5년간 돌보미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아이돌봄 지원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의 해당 상임위원회에 상정도 안 됐다. 올해 아동학대가 적발된 아이돌보미도 다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상황이다.

여가부는 금천구 사건 이후 아동학대 신고 6건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4건은 실제 아이를 학대한 것으로 판명됐고 이중 일부가 ‘6개월 자격정지’를 받았다. 6개월 뒤에는 다시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의미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가부에서 제출받은 ‘아이돌보미 자격정지 및 복귀자 현황’에 따르면 2013~2017년 5년간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돌보미 41명 중 11명(26.8%)이 현업에 복귀했다.


여가부 개선대책 가운데는 CCTV 설치에 동의한 돌보미를 우선 가정과 연계하는 방안도 있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 소재 한 건강가정지원센터 관계자는 “CCTV 설치에 동의하는 돌보미가 많지 않고 동의한 돌보미는 모두 이미 활동 중”이라며 “CCTV에 동의한 돌보미만 원하면 연계가 늦어질 수 있다”고 했다.

여가부는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아동을 올해 11만명에서 내년 15만명으로 늘리기 위해 돌보미를 현 3만명에서 4000명 더 확충할 계획이다. 신규 지원자뿐 아니라 기존 돌보미를 대상으로도 인·적성 검사를 실시한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 4억4000만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더 엄격한 제도 운용 없이는 학대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아이돌보미가 되는 진입장벽을 효과적으로 높이고 한 번의 학대여도 돌보미 활동을 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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