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비 네트워크 등 회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위안부 모독' 의혹이 불거진 광고로 논란을 불러온 유니클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일본의 우익 세력을 중심으로 한국과의 외교 관계를 끊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일본이 한국을 굴복시킬 수 없는 것을 깨닫고 포기하는 심리가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내에서 통용되던 ‘때리면 꺾인다’는 가정이 무너졌음을 일본인들이 인지했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 및 한일 역사 문제에 밝은 기무라 간(木村幹) 일본 고베(神戶)대 교수는 지난 19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단교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때려도 한국을 단순히 굴복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일본 사회가 깨닫기 시작한 것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기무라 교수는 일본 내에서 ‘한국은 때리면 꺾이게 돼 있다’는 생각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인들은 ‘한국과 달리 일본은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고 싶어 하며, ‘추월당하고 싶지 않은 대표적 국가가 한국’이라고 일본인의 심리를 분석했다.

나아가 그는 한국과의 단교 주장이 결국 기존에 통용되던 ‘한국이 사죄해 온다→재교섭에 응한다’는 시나리오를 포기한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이어 중국·북한·한국이 이른바 ‘반일(反日) 트라이앵글’로 불렸지만 중국이 강해지면서 중국에 대한 공격은 사라졌고, 북한은 ‘일본이 때리면 꺾인다’는 가정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우파 세력 등이 한국을 공격의 대상으로 압축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기무라 교수는 한국이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고 국방비나 구매력으로 환산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머지않아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공격하는 이들이 생각하던 ‘일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없어진 지 오래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기무라 교수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는 한국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일 역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면서 이를 일종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역사 문제를 둘러싼 대립은 한국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만이나 필리핀, 베트남 등도 국력이 강해지면서 일본에 권리를 주장해 올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만약 한국과의 사이에서 해결에 실패하면 앞으로도 실패가 이어질 뿐”이라며 “역사 문제에 종지부를 찍는 스텝(step·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무라 교수는 한일 양국이 ‘양보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고 포기하는 작업’을 반복할 필요가 있으며, 대화로 풀리지 않는 경우에는 국제적인 사법의 장에서 이를 다루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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