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뱅크

정부의 정보공개가 ‘속 빈 강정’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알맹이인 ‘문서 원문 전체’를 공개하는 비율이 급격히 떨어진 반면, 겉껍데기에 불과한 문서 표지 ‘결재본문’ 공개가 크게 늘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공공영역 정보공개가 제대로 이뤄진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다. 정부 문서의 공개정보 양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질마저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안전부는 결재본문만 공개하는 부분공개 문서와 첨부파일까지 공개하는 전체공개 문서를 모두 ‘공개문서’로 집계해 각 부처와 공공기관의 부분공개 문서 양산을 부채질해왔다. 통계상 문제가 없는 것처럼 착시를 일으켜 ‘꼼수 집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우(자유한국당) 의원실이 행안부로부터 입수한 ‘정보공개 포털 기관별 원문공개율 현황’에 따르면 2015년 8만2000여건이던 중앙부처의 전체공개 문서는 지난해 6만1000여건으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부분공개 문서는 1만6100여건에서 4만3700여건으로 늘었다. 전제공개 대비 부분공개 문서 비율이 16.35%에서 42.10%까지 치솟았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기간 전체공개 문서가 90만1000여건에서 40만5000여건으로 급락했지만 부분공개 문서는 9만6000여건에서 20만7000여건으로 급증했다. 부분공개 비율은 9.64%에서 33.83%까지 뛰었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문서 작성 실무자가 결재 본문에는 영양가 없는 내용만 쓰고 핵심 내용을 첨부파일에 다 넣으면 부분공개 문서는 빈 껍데기가 된다”고 털어놨다.

서울시 정보공개 사이트에 올라온 ‘국회의원 요구자료 제출’ 문서의 결재본문 내용은 ‘국정감사 요구자료를 붙임과 같이 제출합니다’라는 글씨가 전부였다. 정부의 정보공개 사이트에는 ‘청소실무원 기간제 채용공고’ 같은 큰 의미 없는 문서조차 알맹이인 공고문은 볼 수 없게 돼 있었다.

이처럼 겉치레 정보가 대다수인데도 중앙부처 문서공개율은 되레 2015년 43.3%에서 2019년 상반기 34.5%로 떨어졌다. 애초 정보공개 포털에 등록조차 하지 않은 문서들까지 고려하면 문서공개율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분공개 문서의 범람은 실무자가 공개 유형을 결정토록 하기 때문이다. 문서 기안자가 전체공개·부분공개·비공개를 선택해 결재를 올리면 결재자가 이를 확정하는 식이다.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문서 원문을 공개토록 했지만 개인정보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은 예외로 친다. 실무자로선 예외조항을 핑계로 자신의 문서를 최대한 가리는 게 관행이 됐다. 행안부는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강화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행안부는 정보공개 집계에서 부분공개 남용을 전혀 걸러내지 않았다. 전체공개와 부분공개를 구분 짓지 않고 공개율을 산출한 뒤 기관별 정보공개 평가에 반영한 것이다. 공공기관이 얼마든지 부실하게 공개해도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존 양식을 따르다 보니 생긴 일”이라며 “분리 집계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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