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 치안 산업박람회' 행사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수소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왕 즉위식 참석차 22일 방일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면담 시간이 10분 정도인 데다 자민당 핵심 인사와의 만남도 무산되면서 방일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총리는 24일 오전 아베 총리와 면담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할 예정이다. 이 총리의 방일을 하루 앞둔 21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아베 총리에게 전할 문 대통령의 친서 초안을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친서를 통해 아베 총리에게 이른 시일 내에 만날 것을 제안하며 한·일 관계에 대한 구상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총리 방일 하루 전에 나온 일본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일 간) 여러 문제에 관한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계속 한국 측에 현명한 대응을 요구한다는 점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일관된 입장’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됐다는 의미라고 덧붙이면서 최근 악화된 한·일 갈등 역시 한국 측에 원인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8월 이후 외교장관 회담과 국장급 만남 등을 통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위급 특사 채널을 통한 물밑협상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면담시간이 10분 정도인 것을 두고 이 같은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강 장관은 국감에서 “정말 회담시간이 10분이냐”는 의원 질문에 “현재로선 그렇다”고 답했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 외교 당국에서는 이 총리 방일 결과가 자칫 ‘한국 홀대론’으로 이어져 한·일 갈등이 더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일본 입장에서는 아직 한국에 줄 선물이 없어 더 곤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 총리는 2박3일 동안의 방일 기간 중 일본 자민당의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무산됐다고 한다. 대신 이 총리는 23일 연립여당인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에다노 유키오 대표와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 등을 만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과의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한·일 갈등의 근원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내 대표적 일본통인 조세영 제1차관은 전날 극비리에 일본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강 장관은 국감장에서 “다양한 레벨에서 협의한다는 취지와 총리 방일을 준비한다는 취지에서 다녀온 것은 확인드린다”며 “진지한 협의였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이번 방일에서 내달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아베 총리의 확답만 받아내도 성과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낙관하긴 어렵다. 강 장관은 “정상 차원의 회동이 가능하려면 일본 측의 전향적인 태도, 그리고 (회담의)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 그 성과를 만들어내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답했다.

손재호 이상헌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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