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A씨는 헤어진 전 남자친구로부터 지속적으로 동영상 유포 협박을 받고 있다. 전 남자친구는 A씨에게 “성관계 영상과 너의 속옷 차림 사진을 가지고 있다”며 “연락을 계속 받지 않으면 인터넷에 뿌릴 거고, 경찰에 신고하면 네 가족과 친구에게 보내겠다”고 압박했다. A씨는 “진짜로 성관계 영상이 있는지 걱정되고 유포되면 어떻게 될지 앞이 까마득하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B씨는 지인으로부터 “너랑 닮은 사람이 옷 벗고 찍은 사진을 봤다”는 말을 들었다. 화들짝 놀라 확인해보니 얼마 전 친구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일상 사진 중 B씨의 얼굴만 오려내 일본 포르노 영상과 합성한 것이었다. B씨는 “사진과 함께 신상, 사생활 내용도 올라왔다”며 “가해자가 누군지 찾아서 처벌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했다.


국민일보가 22일 입수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의 2018년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 314명 상담 및 지원 결과에 따르면, 이 단체에 접수된 사이버 성폭력(불법 촬영·비동의 유포·유포 협박·온라인 그루밍 성범죄·음란물 합성·성적 괴롭힘 등) 피해 건수만 총 463건이었다. 이 중 ‘비동의 유포’가 22.2%(103건)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불법촬영’(18.1%), ‘유포 협박’(10.3%)이 뒤를 이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연인 관계’가 27.1%, ‘온라인 채팅 상대’가 13.1%였다. 다만 ‘신원 불상’이 33.4%로 누가 범죄를 저지른 건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한사성은 “공공장소, 숙박업소 등에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 당하거나, 유포된 동영상 및 사진을 발견해도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 때문에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는 20대가 40.4%로 가장 많았고, 10대가 19.4%로 2위였다. 피해자 성별은 여성이 90.8%, 남성은 5.4%였다. 가해자 성별은 남성이 66.2%, 여성이 2.9%였다. 가해자를 추적하지 못해 미확인된 경우는 29.9%였다. 미투(MeToo) 운동과 페미니즘 문제가 부상한 이후에도 여성을 겨냥한 사이버 성폭력이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사성은 “한국 사회가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사이버 성폭력 역시 남녀 차별에 기반한 것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이버 성폭력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한사성이 상담 및 지원한 피해자 중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31.5%였다. 피해자들이 신고에 소극적인 이유는 해당 사이버 성폭력에 적용되는 법이 애매해 가해자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거나, 신고 과정에서의 2차 가해를 우려하기 때문이었다. 한사성은 “일부 수사관이 ‘그러게 왜 성관계 영상을 찍었느냐’며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거나, 가해자를 잡아내기 어렵다며 신고 의지를 꺾는다는 사례를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피해가 발생하는 플랫폼은 소셜미디어가 28.4%로 가장 많았다. 포르노사이트가 23.2%, 온라인 메신저가 12.1%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피해 유형 중 ‘비동의 유포’의 경우 42.7%가 포르노사이트에서 뿌려졌다.

김여진 한사성 피해지원국장은 “지난해 12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가 개정되고, 경찰청 내 사이버성폭력전담팀이 생기는 등 이전보다 사이버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며 “사이버 성폭력이 근절되기 위해선 온라인 공간의 만연한 여성혐오 문화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 성폭력에 대해 국제 공조를 포함한 강력한 단속을 하고 있다”며 “엄격한 교육을 통해 2차 가해 방지에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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