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10월14일 과천=최현규기자 > 사의를 밝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4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를 떠나고 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23일 오전 열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게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의 성패가 송 부장판사의 결정에 달린 셈이다. 그는 공교롭게도 현재 조 전 장관 수사를 총괄하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이름이 같다.

서울중앙지법은 23일 오전 10시30분 서관 321호 법정에서 송 부장판사의 심리로 정 교수에 대한 영장심사를 연다고 22일 밝혔다. 법원 측은 무작위 배정을 통해 정 교수에 대한 심사를 송 부장판사가 맡게됐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전날 정 교수에 대해 업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허위작성공문서행사·위조사문서행사 등 11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8월 27일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지 55일 만이며 지난 14일 조 전 장관 사퇴 일주일 만이다.

송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8기로 지난 2월 처음 영장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 연루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그는 “증거인멸이나 은닉 과정, 김 대표 직책 등에 비춰 보면 증거인멸 교사 공동 정범 성립 여부에 다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 주거나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시 검찰은 강력 반발했고 지난 7월 영장을 재청구 했으나 그마저도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기각했다. 송 부장판사는 다만 지난 10일 ‘버닝썬 경찰총장’ 윤모 총경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했다. 그는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했다.

버닝썬 사건에서 이른바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사건 연루 단서가 드러난 윤모 총경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0.10

정 교수 영장심사의 쟁점은 범죄 혐의 소명, 중대성과 함께 그의 건강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의사 면허를 보유한 검사가 정 교수의 뇌종양 등 진단 내용을 검토했고, 구속 수사가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건강 상태를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자료를 받아서 검증 절차를 진행했다”며 “변호인 측에서 건강 관련 정보공개를 원치 않는 상황이고 검찰이 취한 검증 절차에 대해서 확인해 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장심사에서 건강 상태에 대해 상세히 설명 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도 “건강 상태를 말씀드리는 건 곤란하다”면서도 “조사를 거부하겠다거나 당분간 못 나간다는 입장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앞서 사례를 보면 ‘국정농단’ 사태 때 최순실 딸 정유라에게 특혜를 제공한 김경숙 이화여대 교수는 유방암 투병 중 영장이 발부돼 구속된 적이 있다.

정 교수가 23일 심사에 직접 출석할지는 현재 불분명하다. 검찰 포토라인은 사라졌지만 법원 영장심사를 받기 전 포토라인은 아직 ‘가동’ 중이다. 정 교수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서 "내 사진은 특종 중의 특종이라고 한다"며 언론의 관심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이달 3일부터 17일 사이 모두 7차례 검찰에 출석하면서 한 번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 교수가 심사에 불출석 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씨의 사례는 부담이다.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씨가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구속영장을 기각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심사에 불출석한 피의자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사례는 거의 없다는 점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정 교수는 기자들을 만나지 않기 위해 심사에 나오고 싶지 않겠지만 그럴 경우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아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2019.10.13 yatoya@yna.co.kr/2019-10-13 15:44:57/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꺼낸 것은 정 교수의 신병을 확보해 추가 조사를 벌일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정 교수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 청구는 ‘양날의 검’이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수사는 정당성을 얻고 탄력을 받겠지만 기각될 경우 여론이 악화되는 등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 검찰은 영장 발부를 자신하고 있다. 특히 정 교수가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PB를 시켜 하드디스크 등 증거인멸을 한 것이 영장 발부에 고려될 것이라고 본다. 범죄의 중대성도 작지 않다. 다만 조 전 장관의 동생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것처럼 법원의 판단이 검찰과는 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