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 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연설에서도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공수처 설치를 압박하면서 여야 대립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513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국회도 검찰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시기 바란다”며 “검찰이 더 이상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며 “국회도 검찰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 기능이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국정농단사건까지 언급하면서 공수처를 압박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아킬레스건’이자 보수 야당 분열의 ‘씨앗’인 국정농단사건을 직접 건드린 셈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국민의 뜻’으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며 “어떤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 엄정하면서도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해서는 올해처럼 확장적 재정정책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며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 대외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서 우리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미만이라는 점, IMF가 재정지출 확대를 권고한 점 등을 들며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513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에 대해 “더 활력 있는 경제를 위한 ‘혁신’, 더 따뜻한 사회를 위한 ‘포용’, 더 정의로운 나라를 위한 ‘공정’, 더 밝은 미래를 위한 ‘평화’, 네 가지 목표가 담겨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경제의 혁신을 위해 신성장산업에 3조원, 핵심 소재 부품 장비 산업에 2조1000억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또 포용과 공정을 위해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혜 범위 확대, 고교 무상교육, 청년임대주택 2만9000호 공급, 어르신 일자리 74만 개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와 관련해 “한반도는 지금 항구적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비핵화의 벽”이라며 “대화만이 그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국방비 50조원 책정, 4대 강국과 신남방·신북방 지역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33분간의 연설 끝부분에 “정치는 항상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국민을 33번, 경제 29번 공정 27번 혁신을 20번 언급했다. 소득주도성장은 거론하지 않았다.

임성수 박세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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